칼럼

용산참사 주역의 황당한 컴백

서의동 2011. 11. 8. 22:09
“부임할 때도 여러 말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습니다.” 일본 오사카(大阪)의 한 교민은 지난 3월 부임한 김석기 오사카 총영사가 불과 8개월만에 그만둔 것에 대해 묻자 “이렇게 금방 그만둔 전례가 없어 다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경향포토

 

김 총영사는 지난달 19일 교민단체장들과 오찬자리에서 사임의 뜻을 전했고, 지난 2일에는 오사카의 호텔에서 나라현 지사와 오사카부 부지사 등 유력인사 400여명을 초청한 이임 리셉션에서 총선 출마의사를 밝혔다. 그런 뒤 외교통상부의 인사발령이 나기도 전에 귀국해버렸다. 임지 이탈인 셈이다. 귀국 다음날인 8일 외교부는 부랴부랴 이임발령을 내기로 했다.
 
주일대사관 관계자는 “스스로 사표를 낸 것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면서도 “통상 후임을 정한 뒤 물러나는게 순서”라며 곤혹스러워 했다. 덕분에 총영사관 중에서 미국 뉴욕 다음으로 중요한 포스트인 오사카 공관장은 앞으로 상당기간 공석 상태로 남게 됐다.
 
2009년 경찰청장 지명자 당시 용산재개발 참사로 중도사퇴한 그가 올 초 총영사로 임명됐을 때 ‘보은인사’ 논란이 일었다. 외교부는 일본 근무경력이 많은 점을 내세워 일본통임을 강조했고, 김 총영사도 “교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짧은 재임기간 동안 2011경주세계문화엑스포 당시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여행업계 간담회, 경주시 청소년 오케스트라 오사카 공연 등 지역구가 될 고향행사를 열심히 챙겼다. 돌이켜보면 인구 26만명의 교민이 모여사는 오사카는 그에게 ‘정치적 정류장’에 불과했다. 오며 가며 교민들에게 폐를 끼친 셈이다.
 
현지의 한 교민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교민들을 뭘로 본건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아끼는 실세라고 제맘대로 왔다가도 되는거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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