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어 장벽’에 막힌 외국인 간호·간병인 수혈

서의동 2012. 1. 31. 16:55

일본 정부가 간호·개호(간병 및 요양) 분야의 인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에 문호를 개방했지만 충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넘을 수 없는 일본어의 장벽’ 때문이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일본에 온 외국인들이 치러야 하는 자격시험이 지나치게 어려워 합격률이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최근 3년간 외국인의 일본 간호사자격 시험 합격률은 2.6%에 그쳤다. 외국인에게 처음으로 간호사 자격시험 응시기회가 주어진 2009년에는 외국인 합격자가 전무했다. 지난해에는 시험문제의 한자에 일본어 발음을 표기해 제출했지만 합격률은 4%에 그쳤다.

일본어는 한자를 읽는 방법이 훈독과 음독으로 구분돼 있고, 지명과 인명 등의 발음도 불규칙해 익히기에 여간 까다롭지 않다. 더구나 경제연계협정(EPA)에 따라 취업문호가 개방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지 않다. 하지만 간호·개호분야는 환자 등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정확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본인과 동일한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8년부터 일본취업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입국한 필리핀·인도네시아인들이 병원과 시설 등에서 보조원으로 일하며 공부하다 끝내 자격증을 따지 못해 귀국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2008년부터 입국한 1360명 중 자격증을 얻어 계속 취업중인 인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문호 개방의 취지는 좋았지만 ‘언어장벽’ 때문에 일본의 폐쇄성만 부각된 셈이다.

지난해에는 간호사 시험에 3번 떨어진 인도네시아인 다나 피트리 아마리아(29)가 귀국직전 기자회견을 열어 “자격시험이 너무 어렵다”며 “문제를 영어로 출제하든지, 외국인에 대해서는 수험시간을 늘려주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산케이신문은 30일 “후생노동성이 외국이의 간호사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간호전문과목 시험을 모국어로 치르도록 하고, 일본어능력시험을 따로 치르도록 하는 등 개선방안 마련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일본인과 동일한 자격시험을 치르도록 하던 지금까지와 달리 따로 시험을 보도록 해 합격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29일에는 개호(간병)복지사 시험에 처음으로 외국인 95명이 응시했다. 정부는 시험문제에 등장하는 어려운 한자에는 일본어 발음을 붙였지만 일본인도 합격률이 50%안팎에 불과한 어려운 시험이어서 합격률이 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