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기관투자가 주총의결때 ‘찬성 거수기’

서의동 2009. 6. 17. 20:15
ㆍ 3만건중 반대의견 행사 1%에도 못미쳐
ㆍ 경제개혁연대 “독립·투명성 확보 필요”


일반 기관투자가들이 상장기업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행사하는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경영진을 지지하는 성향이 높고, 의결권 행사 지침이 부실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반대의결권 행사비율이 일반 기관투자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경제개혁연대가 17일 올들어 지난 3월까지 공시된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내역을 분석한 결과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보험사 등 76개(국민연금 제외) 기관투자가가 503회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2만9806건 중 반대 의견은 0.7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찬성은 97.16%이었고, 중립 또는 기권은 2.11%였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이 348회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2417건 중 반대의견은 4.59%, 찬성 의견은 93.67%, 기권은 1.74%로 나타나 반대 의결권 행사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안건별로 보면 일반 기관투자가가 합병·분할승인(4.81%)에 대한 반대 비율이 가장 높은 반면 국민연금은 정관변경안(15.08%)에 반대하는 의결권 행사비율이 높았다. 국민연금이 정관변경안에 반대한 경우는 대부분 대주주 등 제3자에 대한 사채발행 한도를 늘려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것으로 우려되는 안건이 많았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일반 기관투자가는 단기간에 직접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주는 안건에,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안건에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이 가장 높은 일반 기관투자가는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으로 76개 안건에 7건(9.21%)의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어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9.09%), GS자산운용(6.02%),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3.47%) 순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63회의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했으나 반대의견은 1건에 그쳤다.

경제개혁연대의 분석결과 의결권 행사지침을 공시한 59개 기관투자가 중 45개 기관(77%)의 의결권 행사 지침에 구체성이 결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일반 기관투자가에 비해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이지만 기계적으로 의결권 행사지침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경제개혁연대 이승희 사무국장은 “기관투자가들이 상장회사의 기존 경영진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해 의결권 행사가 형식에 그치고 있다”며 “기관투자가들은 의결권 행사에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