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HMC증권 ‘이상한 실권주 배정’

서의동 2009. 7. 2. 20:12
ㆍ유상증자서 발생 12만株 전·현직 임원에 배정
ㆍ사내이사들끼리 결정… ‘자기거래 행위’ 논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HMC투자증권이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실권주를 전·현직 임원들에게 전량 배정키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내이사들이 이사회를 열어 자신들에게 실권주를 배정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현행 상법 규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상당한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실권주를 임원들에게만 배정했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1일 HMC투자증권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이사회가 최근 실시한 유상증자에서 발생한 실권주 12만8000주 전량을 전·현직 임원 8명에게 배정하게 된 근거와 경위를 질의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C투자증권은 지난달 25~26일 주주배정 방식으로 1350만주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12만8416주의 실권주가 발생하자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제갈걸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 8명에게 전량 배정키로 했다. 실권주 배정대상자에는 금융감독원 출신 신임 감사와 퇴임 감사, 지난 5월 다른 증권사에서 영입된 임원 등이 포함돼 있다. HMC투자증권 이사회에는 3명의 등기이사 중 제갈 대표이사 등 2명의 등기이사가 참석했고, 사외이사는 불참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전·현직 임원들에게 실권주를 배정키로 한 이사회 결정은 상법상 금지하고 있는 ‘자기거래 행위’이자 ‘특별한 이해관계에 있는 이사의 이사회 결의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사내이사들은 자신에게 실권주를 배정하는 이사회 결의에 참가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들의 결의만으로 이뤄진 이번 결정은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주배정 방식으로 실시되는 유상증자의 경우 시가에 비해 큰 폭으로 할인돼 발행되는 만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권주는 적지 않은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인 김석연 변호사는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실권주는 누가 배정받더라도 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처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HMC증권 이사회의 결정은 상법을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기업 투명경영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현직 임원들에게 배정된 실권주의 주당 발행가격은 유상증자 발행가격과 같은 1만8900원이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HMC투자증권의 주가는 1일 종가 기준으로 2만6300원이어서 실권주 발행가격보다 39.1% 높다.

이에 대해 HMC투자증권은 “등기임원과 일부 신규 임용된 임원들이 우리사주를 신청하지 못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소속감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실권주를 배정하게 된 것”이라며 “실권주도 우리사주 배정기준과 마찬가지로 6개월 이내 처분이 금지돼 있어 시세차익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권주

신주 인수권자가 청약한 뒤 돈을 내지 않아 인수되지 않은 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