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다케다 신지(48·가명)는 최근 북유럽 출장을 가면서 일본술인 사케를 선물로 가져갔지만 거래처 반응이 신통치 않아 낭패감을 느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사케를 가져가면 환영을 받았지만 이제 일본산 식품에 대해서는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말 일본 식품과 사료의 수입 규제를 오는 10월까지 재연장하기로 했다. EU는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일본 식품의 수입을 지난해 3월 하순부터 규제하기 시작해 이달 말 종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식품 안전 확보라는 이유로 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 정부가 최근 도호쿠(東北)지방 관광진흥을 위해 관련 국제회의를 후쿠시마에서 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각국에 타진했으나 상당한 반대에 부딪혀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세계에 번지기 시작한 ‘일본 기피증’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원전사고로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대기와 토양으로 유출되면서 관광객이 급감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일본 정부가 사고 이후 식품 규제를 안이하게 한 것이 불신을 증폭시킨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원전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식품 안전행정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방사능 오염소 3000마리분의 식육이 시중에 유통된 것도 일본 정부의 늑장대응이 사태를 키웠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 축산농가에서 출하한 육우에서 정부 잠정기준치(㎏당 300Bq)를 초과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7월 말에야 전수검사 실시를 결정했다. 조사결정이 내려지는 한 달 사이에 상당수 오염소가 시중에 여과없이 유출된 것이다.
일본은 식품 방사성물질 규제치도 일반식품은 ㎏당 500Bq, 음료수와 우유제품은 ㎏당 200Bq로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현 내 오염지역의 벼농사를 조건부로 허용하기로 한 것도 논란을 사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후쿠시마현 내에서 지난해 쌀에서 ㎏당 500Bq 이상의 세슘이 검출된 지역의 벼농사를 금지하되 ㎏당 100∼500㏃ 지역은 쌀의 출하 전 전량검사를 조건으로 벼농사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정부는 당초 100∼500㏃ 지역에서도 벼농사를 금지할 방침이었지만 지역 농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후퇴한 것이다.
하지만 4월부터 식품 기준치가 강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의 방침 후퇴는 식품 안전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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