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난 지 9개월이 된 지난해 12월16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원자로가 냉온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사고 자체도 수습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3단계 사고수습 일정표(로드맵) 중 2단계 목표(냉온정지)를 달성했다고 선언하면서 ‘사고수습’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사고수습’이란 표현의 근거는 원자로 1~3호기의 압력용기 아랫부분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로 내려갔고, 방사성물질 유출량이 목표치 밑으로 내려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선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 달 뒤인 지난달 13일 2호기 원자로 압력용기에 설치된 온도계의 수치가 400도까지 치솟았다. 운영사 측인 도쿄전력이 며칠 뒤 온도계 고장에 따른 이상수치라고 해명함으로써 일단락됐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내부가 ‘불가지(不可知)’의 상태임을 드러낸 촌극이다.
다나베 후미야(田邊文也) 사회기술시스템 안전연구소 소장은 “냉온정지는 원자로를 정상적으로 운전·관리하다가 멈췄을 때 쓰는 용어로 핵연료가 원형을 유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말을) 쓰는 것은 이상하다”고 아사히신문을 통해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이 언제까지나 불안한 상태로 비쳐질 경우 사태수습 일정이 늦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다 총리의 ‘수습 선언’은 이런 조바심의 표현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자로의 현실은 엄혹하다.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 교토대 원자로실험소 조교는 멜트다운(노심용융)으로 압력용기 바닥을 뚫고 나온 핵연료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는 점, 사용후 연료봉을 물에 식히는 곳인 폐연료봉 저장수조가 지진으로 취약해져 붕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사고수습이 되지 않은 이유로 제시했다. 원전 주변은 여전히 건물 잔해들로 어지럽혀져 있고 원자로 건물은 방사능 농도가 너무 높아 공업용 내시경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사능이 안전한 수준까지 감소하는 데는 수십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은 멜트다운으로 녹아내린 핵연료를 회수하고 원자로를 해체하는 데 최장 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고에 따른 오염은 1년이 지난 현재도 진행 중이다. 사고 초기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원전에서는 요즘도 매일 시간당 6000만∼7000만베크렐(Bq)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면서 일본 열도는 물론 주변국까지 오염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이 추산한 원전사고로 대기에 방출된 방사성 세슘의 총량은 약 4경(1조의 1만배)Bq로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방출된 세슘량의 약 20%에 이른다.
사고 초기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쏟아부은 냉각수가 막대한 양의 오염수로 변해 언제든 유출돼 토양과 바다를 오염시킬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원자로 냉각에 쓰인 고농도 오염수와 세슘 등을 제거해 오염을 낮춘 저농도 오염수의 총량이 당초 예상의 두 배인 20만t이 넘은 상태다. 도쿄전력은 저장탱크를 늘리거나 원전부지에 저수지를 만드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여름쯤 가면 현재의 저장용량이 한계에 달해 바다로 방출하거나 원전 주변의 토양으로 유출시켜야 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과 쓰나미로 건물 외벽이 파손되고 내부시설들이 망가진 채 최소한의 응급복구만 해둔 상황인 만큼 추가 강진이나 쓰나미, 태풍 등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지진이나 쓰나미가 한 번만 더 발생하면 후쿠시마 원전은 다시 (3월 대지진 직후의) 시작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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