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일본 사회적응·자립 지원 ‘K2 인터내셔널’ 가쓰오 대표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浜)시 JR 네기시(根岸)역 주변에는 독특한 거리가 있다. 성장기에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등교 거부, 가정 내 폭력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젊은이들이 식당, 보육원 등에서 함께 일을 하며 부근 아파트에서 공동생활을 한다. 이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이 부근에 집중돼 있어 부적응 청소년들이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
“서로의 상처를 잘 알기 때문에 함께 있으면 사회적응을 하는 것이 그만큼 쉽습니다.”
요코하마 이소고(磯子)구 히가시초(東町)의 사무실에서 지난 21일 만난 사회적기업 K2인터내셔널의 가나모리 가쓰오(金森克雄·58·사진) 대표의 말이다.1989년 설립된 K2인터내셔널은 성장기에 다양한 고통을 겪은 젊은이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청년 사회적응 종합지원 사업’ 업체다. 이곳에서 대안교육과 공동생활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학습하고 일을 하면서 자립할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공동생활을 위한 기숙사, 취업지원센터, 재학습시설, 취업 및 자립체험 프로그램 등 사업내용도 다양하다.
K2인터내셔널에서 운영하는 식당 ‘니코마루’에서 일하는 직원도 전원 히키코모리를 경험한 이들이다. 마사토(21·가명)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이지메(따돌림)를 당해 히키코모리를 경험했다. 이지메 후유증 때문에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전문학교를 다니다가 인터넷을 보고 이곳을 알게 돼 찾아온 경우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나도 뭔가를 할 수 있고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식당 메뉴는 우동과 카레덮밥이 250엔(3400원)으로 일본 물가사정에 비하면 놀랄 만큼 싸다. 다만, 니코마루 운영을 후원하는 취지에서 300~1000엔의 회비를 받는다. 이곳의 사정을 살피기 위해 멀리서 밥을 먹으러 오는 부적응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K2인터내셔널은 니코마루 외에도 요코하마 시내에 3곳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100명의 직원이 일하는 이곳의 지난해 매출액은 4억7000만엔(64억원).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수익성은 어느 정도 확보한 셈이고 사회적기업이 활발한 요코하마에서도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인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石卷)시에도 지부를 열었다.
하지만 가나모리 대표는 “최소 5년에서 많게는 10년 넘게 히키코모리를 하던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일과 생활을 함께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지만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지 않으면 꾸려가기 쉽지 않다”며 “사회적기업에 대한 일본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아직도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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