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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판결 오자와 … 일본 정국 새 변수

서의동 2012. 4. 27. 17:39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69·사진) 전 일본 민주당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일본 정계의 실세인 오자와 전 대표가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위기에서 극적으로 ‘생환’함에 따라 일본 정국에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오자와는 무죄판결을 받으면 민주당 대표선거에 출마해 총리직에 도전하겠다고 밝혀온 데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소비세 증세에도 반대해 그의 향후 행보가 일본 정치권은 물론 국정운영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지방법원은 26일 오전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죄(정치자금보고서 허위기재)로 강제기소된 오자와 전 대표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오자와 전 대표는 정치자금관리단체인 리쿠잔카이(陸山會)가 2004년 10월 현금 4억엔으로 도쿄시내 택지(3억5200만엔)를 구입한 사실을 정치자금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아 지난해 1월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에 의해 강제기소됐다. 도쿄지검이 2010년 2월 리쿠잔카이의 회계담당이던 이시카와 도모히로(石川知裕) 중의원 의원 등 비서 3명을 기소한 반면 오자와 전 대표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16차례에 걸친 공판에서 검찰 측은 오자와 전 대표에게 금고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허위기재의 고의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없는 데다 회계담당자와 공모했다는 것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오자와 전 대표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지자 일본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당장 집권 민주당 내에서 분란이 일고 있다. 오자와 그룹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오자와 전 대표에게 내린 당원자격 정지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자와 전 대표가 오는 9월 민주당 대표선거에 출마하려면 당원자격이 복권돼야 하기 때문이다. 오자와와 가까운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 민주당 간사장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주당 정조회장 등 반오자와 진영은 지난해 2월 오자와에게 내린 당원자격 정지처분을 확정판결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 내 당권파뿐 아니라 야당도 오자와의 ‘귀환’을 반기지 않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자민당 간사장은 “오자와가 국회에 나와 설명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증인소환 방침을 시사하는 등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도 “도의적, 정치적 책임이 남아 있으며 국회와 국민에게 설명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오자와 전 대표의 무죄판결은 국정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구심력을 회복한 오자와가 100여명에 이르는 당내 그룹을 동원해 소비세 인상 반대행동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가에서는 노다 총리가 증세법안 처리가 오자와 그룹의 반대에 부딪힐 경우 자민당과 함께 중의원을 해산한 뒤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민주당 내 반오자와 진영이 자민당과 손을 잡고, 오자와 진영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과 연계할 것이라는 관측들도 나온다. 

오자와 전 대표는 27세인 1969년 자민당 중의원에 당선한 이래 14선을 기록했다. 자민당 소속이던 1993년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탈당한 뒤 당 해체와 창당을 거듭하며 20년 넘게 일본 정국을 주도했으며, 2009년 8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