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바이올린 명장(名匠)인 재일한국인 진창현씨(사진)가 지난 13일 도쿄도 조후(調布)시 자택에서 대장암으로 타계했다. 향년 83세.
1929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3년 일본으로 건너가 1955년 메이지(明治)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교사자격증을 취득했으나 재일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교사의 꿈을 포기했다. 그 무렵 우연히 학교 강의에서 “바이올린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음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불가능’에 도전하기로 했다.
수많은 바이올린 제작자를 찾아다녔으나 재일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은 고인은 궁여지책으로 바이올린 공장 부근에 거처를 얻어 퇴근하는 공장 직원들을 붙잡고 귀동냥을 해가며 기술을 익혔다.
각고와 집념으로 만든 그의 바이올린은 서서히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가 무명시절 만든 바이올린으로 일본 최고의 예술대학인 도쿄예술대학에 합격한 학생의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주문이 늘어났다. 그는 1976년 국제 바이올린 비올라·첼로 제작자 콩쿠르에서 6개 부문 중 5개 부문을 석권하며 명장 대열에 올라섰다. 1984년에는 미국 바이올린제작자협회로부터 세계에서 5명뿐인 ‘마스터 메이커’ 칭호를 받았다. 그가 만든 바이올린은 스트라디바리우스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인의 인생은 2008년 ‘바이올린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일본고교 영어 교과서에 실렸고, 한국에서는 2007년 자서전 <천상의 바이올린>이 번역 출간됐다. 정부는 2008년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그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유족은 부인 이남이 여사(72)와 2남 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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