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해협 넘나드는 재일동포 성악가 전월선씨 책 펴내
일본은 물론 남북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재일동포 2세 성악가 전월선씨(54·사진)가 최근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팝에 관한 책을 펴냈다.
제목은 <K-POP 아련한 기억>(쇼가쿠간). 일본 NHK방송이 2010년 방영한 K팝 특집프로그램 제작에 전씨가 참여하면서 K팝의 기획자, 작곡가와 아이돌 그룹들을 두루 취재한 내용을 묶고, 한류붐의 이면에 숨겨진 양국 문화교류의 역사도 짚었다.
지난 17일 도쿄의 ‘코리안타운’인 신오쿠보에서 만난 전씨가 책을 쓰게 된 배경은 좀 색다르다. “1994년 오페라 공연을 위해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했다가 남대문의 포장마차에서 ‘블루라이트 요코하마’라는 일본 가요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전 시절이죠. 나중에 공연 관계자와 아티스트들에게 물으니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더군요.”
1980~90년대 일본 대중음악이 한국에 비공식적으로 유입되면서 ‘일류(日流)’가 서브컬처처럼 형성돼 있던 시절이다.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 유입을 금지했지만 많은 이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안전지대, X-재팬 등 일본 아티스트의 음반을 입수해 즐겨 들었다. 하지만 이는 ‘블루라이트 요코하마’의 가수 이시다 아유미조차 모를 정도로 일본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전씨가 책을 쓴 취지는 지금 한류가 일방적으로 일본을 ‘융단폭격’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양국 문화교류가 한류에 일종의 자양분 역할을 했다는 점을 환기시키려는 것이다. 물론 ‘일본 대중문화가 한류를 키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 주고받으며 풍성해지는 문화의 보편성이 한·일 간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전씨는 K팝의 성공요인으로 풍부한 한국인의 예술적 기질과 한국 음악시장의 치열한 경쟁체제를 꼽는다. “‘신세타령’이란 말도 있듯이 한국인들은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리듬감을 타고난 것 같아요. 일본에서 많은 코리안들이 연예계에서 활약하는 것을 봐도 한국민의 예술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K팝에도 점차 ‘거품’이 끼고 있다고 우려한다. “주변에서 K팝이 천편일률이어서 식상하다는 말도 들려요. 일부 그룹이 성공하긴 했지만 아직 (아티스트가 아닌) ‘아이돌’로서일 뿐입니다.” 한바탕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 많은 K팝 그룹들이 손쉽게 일본시장에 진입했지만 앞으로는 가창력과 음악성으로 승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에서 태어난 전씨는 일본음악계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성악가로 남북, 일본 정상 앞에서 공연을 펼친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1985년에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 앞에서 노래했고, 1994년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카르멘>의 주역을 맡았다. 2002년에는 도쿄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주최한 김대중 대통령 환영공연에도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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