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일본서 손해배상 소송 맡아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려면 결국 일본 정부가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일본 내 양심세력들이 정부에 목소리를 높여가는 수밖에 없는 데 그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일본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징용 한국인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맡아온 아다치 슈이치(足立 修一·53) 변호사는 지난 1일 일본 도쿄시내에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법원의 배상판결이 최종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일본 내에서 여론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다치 슈이치 변호사/by 서의동
“일본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누가 어떤 방법으로 추진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역시 일본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움직이도록 여론이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정권 지지기반이 취약한 상태이지만 그래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등에 힘을 기울여온 이들이 있는 민주당 정권이 해결하도록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다치 변호사는 1995년부터 강제징용 한국인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 왔으며 일본 사법부에 의해 기각되자 한국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지난달 24일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일본 측의 숨은 공로자이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일본에서 이뤄진 소송에서 주장한 원고 측의 논리가 받아들여져 한국 사법부에 의해 정당하다고 인정돼 매우 기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로 앞으로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 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다치 변호사는 일제 때 강제징용 피해자 중에는 우키시마(浮島)호 침몰사고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해방 이후 귀국하려다 선박 침몰 등으로 숨진 이들이 적지 않으며 이들과도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시모노세키 앞바다가 미군 기뢰로 폐쇄되면서 센자키(仙崎)라는 조그만 어항에서 조각배를 빌려 돌아가려다 풍랑을 만나 숨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들 유족도 미쓰비시 등 기업들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 중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원고들이 이들 유족과도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히로시마(廣島)에서 주로 활동 중인 아다치 변호사는 미쓰비시 강제징용 배상소송 외에도 2006년 “원폭 피해자에 대한 차별정책에 공무원 과실이 인정되고, 이에 따라 국가차원의 배상도 있어야 한다”는 ‘히로시마 재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학생시절 알고 지내던 이로부터 한국인 징용피해 관련 사건을 의뢰받은 것이 계기가 됐지만 일본이 과거에 일으킨 전쟁이 주변국에 큰 피해를 준 만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아다치 슈이치 변호사/by 서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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