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정부가 위안부에 직접 보상 제안”

서의동 2012. 6. 1. 10:26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총리가 한국 대통령에게, 주한일본대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각각 사죄하는 방안을 최근 한국 정부에 제안했다고 양국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이 31일 밝혔다. 제안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에게 직접 보상하는 방안도 포함되는 등 종전보다 진전된 내용이었으나 한국 정부가 ‘법적책임을 명확히 인정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일한국대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죄한 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보상하는 등 3가지를 뼈대로 한 위안부 문제 해결방안을 한국에 제안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모종의 제안을 했다는 관측은 있었지만 구체적 내용이 밝혀진 적은 없었다. 이 제안은 사이토 쓰요시(齊藤勁) 일본 관방부장관 등이 지난 4월 방한했을 당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은 일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1993년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담화를 발표하고, 이에 기반해 1995년 만들어진‘아시아여성기금’으로 위안부에 보상을 했던 종전 방식에 비해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소식통은 “일본 정부는 정부자금과 민간의 모금으로 만들어진 과거 기금과 달리 정부가 직접 예산을 편성해 보상하는 방식 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의 보상임을 보다 명확히 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리의 사죄가 ‘법적책임을 인정하는’ 수준인지, ‘인도적 책임을 통감한다’는 수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수성향의 노다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소극적이었으나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해결을 강하게 요구한 이후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관계의 최대 걸림돌인 위안부 문제를 해결짓지 않고서는 중국 견제를 위한 한·일간 협력은 물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진전시키기 어렵다는 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법적책임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았다’며 수용을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의 제안은 일본군 위안부 지원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일본 정부에 요구한 7개항에 비해 크게 못미친다. 일본 정부의 범죄인정, 진상규명, 일본 국회결의를 통한 공식사죄, 법적배상, 일본 역사교과서 기록, 위령탑과 사료관 건립, 책임자 처벌 등이다.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와 관련단체가 납득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의제에서 위안부 문제를 제외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양국이 모처럼 접점을 모색할 기회가 무산된 것을 아쉬워하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일본 정부가 과거에 비해 진전된 제안을 내놨지만 한국 정부가 지난해 헌법재판소 판결이후 위안부 문제에 강경해지면서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31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이런 제안을 했는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