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마지막 승부수 던진 오자와

서의동 2012. 7. 3. 11:18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대표가 드디어 거사에 나섰습니다. 일본 정치인 중에서 오자와 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도 없습니다. 일본의 정치평론가들은 일본의 관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가 오자와라고 합니다. 미국도 그의 등장을 썩 반기지 않는 반골 정치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언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오자와 때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관료와 미국이 싫어하지만 지난 20년간 일본 정치는 오자와가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민당 간사장 시절 동료의원들을 이끌고 집단탈당하면서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를 무너뜨린 장본인이지요. 이후 정당을 만들고 부수기를 몇차례 거듭한 뒤 2009년에는 민주당의 총선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합니다. 이번 탈당과 신당창당 과정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정치9단'의 오자와가 어떤 수를 둘지는 아직 예측불허입니다. 



소비세 증세를 둘러싸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와 대립해온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70) 전 민주당 대표가 의원 50명을 이끌고 집단 탈당을 감행했다. 당장 중의원(하원) 과반수가 무너지며 정권이 붕괴하는 사태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추가 탈당가능성이 상존해 있어 민주당 정권은 2009년 집권 이후 3년만에 최대 위기에 몰리게 됐다. 



오자와 그룹의 야마오카 겐지(山岡賢次) 민주당 부대표는 2일 오자와 전 대표를 포함한 50명의 탈당계를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 간사장에게 제출했다. 자신들이 요구해온 소비세 증세법안 철회를 노다 총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탈당대열에 합류한 민주당 의원은 오자와 전 대표를 비롯한 중의원 의원 38명, 참의원(상원) 의원 12명이다. 


집단탈당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중의원 과반수와 참의원 제1당을 간신히 유지하게 됐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탈당한 중의원 38명에 연초 탈당해 친오자와계인 신당 ‘기즈나’ 의원 9명과 신당 ‘대지’ 의원 3명 등을 합하면 내각불신임안을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여기에 가세하면 노다 정권은 곧바로 붕괴될 수 있다.   


게다가 지난달 26일 소비세 인상법안 표결 때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결석한 민주당 의원 73명 중 일단 당에 잔류한 이들은 언제든 행동에 나설 수 있는 ‘탈당 예비군’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소비세 인상 법안 표결에서 지도부의 방침에 따르지 않은 의원들 가운데 당에 남은 이들에 대해 징계수위를 낮추는 등 추가 이탈자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탈당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된 오자와는 이번 주 안에 신당을 만들어 대표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3년 6월 자민당을 탈당해 신생당을 결성한 것을 포함해 네번째 창당이 되는 셈이지만 그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불투명하다. 정치자금 문제로 재판을 받으면서 구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진 데다 새로 당을 만든다고 해도 내년 4월까지는 정당교부금을 받을 수 없어 자금사정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보다 탈당규모가 크게 줄어든 데다 시나 다케시(階猛), 쓰지 메구미 등 중의원 2명이 탈당의사를 번복한 것도 ‘오자와 신당’의 불안한 미래를 엿보게 한다. 


오자와 그룹의 이탈로 일본 정국의 유동화가 본격화됐다. 노다 내각은 정권 유지를 위해 야당에 더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노다 정권에 협조해온 자민당과 공명당은 오는 8월 소비세 증세법안이 참의원을 통과한 뒤에는 태도를 바꿔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거를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을 업고 2009년 집권에 성공한 민주당이 3년만에 내부 분열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