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암이 ‘만성질환화’되는 시대변화에 맞춰 암환자가 일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정비하기로 했다. 의학기술 발전에 따라 암환자의 ‘5년간 생존율’이 50%를 넘어서면서 ‘암 판정=사망선고’로 여겨지던 시대를 지나 암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구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각료회의에서 결정한 ‘제2차 암대책추진기본계획’에서 암환자들의 취업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매년 20~64세에서 약 22만명이 암에 걸려 이 가운데 7만명이 사망하고 있지만, 발병이후에도 치료를 해가며 사회활동을 지속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취업가능한 암환자라도 복직이나 신규취업이 곤란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향후 3년 동안 취업지원 등을 포함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본 조사업체 ‘캔서 솔루션’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암 판정 직장인 197명 중 퇴사 등 인사조치된 이들이 104명(52.7%)이나 됐다. 이 가운데 자발적 퇴직이 30%, 해고 11%, 본인 의사와 관계없는 인사이동이 6%였다. 특히 대기업은 인사조치 비율이 44%인 반면 중소기업은 59%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암발병으로 일을 쉬는 인력에 대해 고용을 유지할 여력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에서도 암환자의 일과 치료의 병행을 지원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2일 전했다. 일본 지바(千葉)현 초시(조子)시의 식품도매회사에 근무하는 한 여성사원(45)은 3년전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치료를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퇴직을 생각하고 있던 차에 회사로부터 “정규직 신분은 유지하되 시간제로 근무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수입이 3분의 2로 줄었지만 “일한 시간만큼 급여를 받을 수 있어 휴가를 부담없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 에도가와(江戶川)구에 있는 한 병원의 방사선치료과는 평일 오후 10시까지 외래환자를 받는다. 일을 계속하는 암환자들을 위해서다. 하루 외래환자의 60~70명 중 약 20명이 야간에 병원을 찾고 있다. 기타사토대 와다 코지 박사(공중위생학)는 “암환자에게 일은 치료비 마련뿐 아니라 삶의 보람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만큼 일과 치료를 양립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산케이신문을 통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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