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야스쿠니 참배] 선 넘은 일본

서의동 2012. 8. 16. 15:32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곳에 (정부 각료들이) 참배하면 안된다.”

 

2009년 정권교체를 이룩한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초대 총리는 집권 전부터 일본 정부각료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후 민주당 정권에서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행위로 간주돼 왔다.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시절 일부 각료가 5월에 개인참배를 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적어도 한국의 광복절,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8월15일에 일본의 각료들이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관행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의 두 각료가 이날 야스쿠니를 찾아 참배함으로서 이 선을 넘어버렸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왕사과 요구발언 등 일련의 행보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 이 대통령의 지난 10일 독도 방문 때만 하더라도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과 대화동결 방침을 꺼내들긴 했지만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14일 일왕에 사과를 요구하는 발언을 한 것이 일본의 감정선을 한껏 건드렸다. 

 

마쓰바라 진(松原仁) 국가공안위원장과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 국토교통상은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 다음날인 지난 11일 ‘사적 참배’를 강조하며 야스쿠니에 갈 뜻을 밝혔다. 내각은 자제를 요청했지만 한국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발언이 나오면서 적극 만류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야스쿠니 신사는 1876년 운요호 사건부터 1945년 2차 세계대전까지 전쟁에서 숨진 일본인들을 신으로 모셔 제사지내는 시설이다. 1978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A급 전범 14명을 극비리에 합사하면서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일본 정권이 보수화 행보를 강화하면서 총리들의 참배행렬이 이어졌다. 1978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를 시작으로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川淳一郞) 총리에 이르기까지 4명의 총리가 8월15일 참배했고, 그 때마다 한국과 중국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민주당 정권이 스스로 쳐둔 금지선을 넘어서면서 한·일 관계는 더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오봉 명절로 잠시 대응의 고삐를 늦췄던 일본이 본격 반격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도쿄대 교수는 “일본도 총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영토문제와 관련해 정치인들이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언동이 이어지면서 양국관계에 새로운 파장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외교통상부의 조태영 대변인은 “현직 각료를 포함해 일본의 책임있는 정치인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를 당한 국가와 국민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