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21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및 일왕사죄요구 발언에 대응해 독도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한국에 제안했지만 추가 보복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양국 정치상황과 여론을 지켜보며 완급을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경제분야 등으로 전선을 넓히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반론이 나오는 등 ‘일전불사’의 결의가 퇴색하는 분위도 감지된다.
마쓰시타 다다히로(松下忠洋) 금융상은 이날 한·일 통화스와프(교환) 재검토와 관련해 “양국 정부가 냉정하고 침착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제동을 걸었다. 마쓰시타 금융상은 “(통화스와프는) 필요하니까 있는 제도로, 면밀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분야에서 유력한 보복카드로 거론되던 통화스와프 재검토 방안에 금융상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통화스와프 수정방침을 언급했던 아즈미 준(安住淳) 재무상도 이날 “백지상태”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날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2차 실무협의에도 불참론이 강했지만 결국 참석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일본 정부 안에서는 ‘영토문제는 영토문제에 국한시켜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충돌 당시 중국이 동원한 희토류 수출 중단 등의 경제 보복에 대해 국제사회에 부당성을 호소해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일본이 독도 문제와 관련해 경제 보복을 시도할 경우 중국을 모방하는 셈이 된다. 글로벌 경제 하에서 섣부른 경제·금융 보복에 나설 경우 부메랑이 돼 일본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목소리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들도 일본 정부에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한국에서 12월 대선이 예정돼 있고 일본에서는 노다 총리의 정권 기반이 약한 상황”이라며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지만 사태를 수습해야 할 정치가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외교의 장에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에 대해) 일본 정부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한국 경제의 불안정은 일본에게도 마이너스”라며 “이런 때일수록 한국과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 무엇이 진정한 국익인지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런 신중기류가 조성되면서서 이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 각료회의에서는 독도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와 1965년 한일협정 교환공문에 의거한 조정을 한국에 제안하기로 결정한 것 외에 이렇다할 보복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장·차관 등 각료급 접촉 중단, 이달 말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한중일’ 경제장관회의에서의 양자회담 유보 등 정부 간 교류동결이 구체화됐을 뿐이다. NHK는 “12월 대선을 앞둔 한국 측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추가 대응 조치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노다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 의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 측에) 정정당당하게 제소에 응할 것을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날 중 외교 경로를 통해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제안을 담은 구상서를 한국에 전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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