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계에 '파나소닉 쇼크'

일본 전자업체의 대표기업인 파나소닉이 2년 연속 10조원대의 적자가 예상되면서 일본 경제계에 ‘파나소닉 쇼크’를 몰고 왔다. 변화무쌍한 세계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최근 20년간 순이익을 2년 만에 까먹을 정도로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일본의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창업해 한동안 세계 가전시장을 석권했던 파나소닉이 경영판단 실패로 1918년 창업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된 것이어서 일본이 받은 충격은 적지 않다. 

　

1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지난달 31일 올해 회계연도 적자(순손익 기준)가 7650억엔(약 10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했다. 파나소닉은 지난해에도 일본 국내 제조업체 중 역대 2위에 해당하는 7721억엔의 적자를 낸 바 있어 2년 연속 적자규모가 7000억엔대를 넘게 되는 셈이다. 2년 연속 7000억엔대 적자는 파나소닉이 과거 20년간의 벌어들인 순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파나소닉은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올 회계연도에 500억엔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으나 불과 3개월 만에 전망치가 대규모 적자로 반전됐다. 실적 악화의 최대 원인은 경영전략의 실패였다. 파나소닉은 전지산업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09년 8000억엔에 산요전기를 인수했으나 주력 업종인 태양전지와 리튬이온 전지가 한국세에 밀린 데다 세계 경기둔화에 따른 업황악화로 손실이 급증했다. 

휴대폰 부문은 스마트폰 사업에 한발 늦게 뛰어들면서 일본내 시장점유율 1위의 지위를 애플의 아이폰에 빼앗겼고, 올해 재진출한 유럽 휴대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업간 기술격차가 거의 없는 디지털 TV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일본 정부가 지난 9월11일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이후 중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일본상품 불매운동도 업황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쓰가 가즈히로(津賀一宏) 사장은 이날 “(파나소닉은) 정상 회사가 아니다. 이를 자각하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창업주인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년)가 1918년 오사카(大阪)의 조그만 가내공장에서 전구소켓을 만들어 파는 ‘마쓰시타 전기기구 제작소’로 출발한 파나소닉은 내셔널, 파나소닉, 테크닉 등의 상표로 일본은 물론 한때 전세계 가전시장을 석권했다. ‘지난 천년간 최고의 경영자’,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창업주 마쓰시타의 탁월한 경영에 힙입어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절상 등의 여러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2007년에는 2818억엔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2008년에는 업계 최초로 TV누적판매대수 3억대를 달성하기도 했다. 고객들이 물으면 “마쓰시타전기는 인간을 만드는 회사입니다만, 전기제품도 만듭니다”라고 종업원들이 대답하도록 가르쳤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인간중시, 인재양성 경영의 기업문화로도 이름을 날렸다. 

　

파나소닉은 위기타개책으로 2015년까지 외형성장을 중단하고, 구조개혁과 재무체질 강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고전 중인 유럽 휴대폰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하는 한편 말레이시아와 체코의 TV패널 공장을 청산하기로 했다. 리튬이온 전지의 국내 생산거점도 6곳에서 3곳으로 축소시킬 방침이다. 대규모 적자가 예상됨에 따라 1950년 이후 63년 만에 연말결산 배당도 중단할 계획이다. 쓰가 사장은 “(디지털TV 등)의 매출확대를 추구할 경우 수익이 악화된다”며 “매출확대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종래의 가치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축소경영 방침을 밝혔다.

　

이번 파나소닉의 실적 전망은 창사 100년 만에 종신고용 전통을 깨야 했던 샤프의 사례에 이어 일본 가전산업의 몰락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적 예상 발표 다음날인 1일 도쿄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파나소닉 주식을 투매하면서 주가는 이틀째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