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민주당 참담했던 집권 3년

서의동 2012. 11. 17. 17:39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5) 일본 총리의 전격적인 결정으로 16일 중의원(하원) 해산과 내달 16일 총선을 실시하기로 함에 따라 민주당 정권이 사실상 종막을 고했다.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으로 2009년 8월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 헌정사상 단일 정당으로 최다의석인 308석을 얻어 화려하게 막을 올린 민주당 정권은 ‘아마추어’식 정권운영으로 실패를 거듭하며 진보·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국민불신을 가중시키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 ‘정치주도’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집권한 민주당 정권은 초기부터 정권운영에서 미숙성을 드러내며 빠르게 지지를 잃어갔다. 초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오키나와현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말을 바꾸면서 9개월 만에 총리직을 물러났다. 이어 집권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2010년 6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소비세 증세문제를 꺼냈다가 선거에 참패해 ‘여소야대’ 상황을 자초했다. 이어 9월에는 센카쿠열도 해역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정간 충돌사건이 발생했고, 중국 정부가 반발하자 중국인 선장을 석방해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샀다. 간 총리는 지난해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우왕좌왕하면서 여론의 질책 속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일본 민주당 정권 주요 일지 

2009년 8월 중의원 선거서 압승

      9월 하토야마 내각 발족

2010년 5월 미·일, ‘후텐마 기지 오키나와 내 이전’ 공동성명 

      6월 하토야마 총리 사임, 간 내각 출범 

      7월 참의원 선거 참패 

      8월 간 총리, 한국강제병합 100년 사죄 담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및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9월 노다 내각 발족, 소비세 증세 방침 표명 

2012년 6월 소비세 증세 법안 중의원 통과 

        7월 소비세 증세 반대한 전 민주당 대표 오자와 등 제명 

        9월 센카쿠열도 국유화로 중·일 갈등

 

간 총리에 이어 지난해 8월 등장한 노다 총리는 ‘결정할 수 있는 정치’를 표방하며 관료에 의존하고, 토목사업을 부활시키는 등 과거 자민당 정권을 방불케 하는 퇴행적 국정운영으로 추가로 지지를 잃어갔다.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피해복구에 집중돼야 할 해외 원전건설에 돌려쓰거나 자위대의 항공기 구입에 돌려쓰는 등 관료의존적 국정운영에 따른 폐단도 두드러졌다. 또 비판을 무릅쓰고 소비세 증세법안을 통과시키는가 하면 오이(大飯)원전 2기의 재가동을 강행했다. 

 

증세를 둘러싼 민주당의 내분 등으로 리더십이 약화하자 노다 내각은 외교·안보분야의 우경화로 활로를 모색했다. 지난해 12월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해 외국과의 무기 공동개발과 수출의 길을 텄다. 지난 6월에는 우주활동의 군사적 이용을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원자력기본법도 고쳐 핵무장의 길도 열었다. 특히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국유화를 강행해 중·일 갈등을 격화시켰고, 한국과도 영토·과거사로 갈등을 키웠다. 

 

민주당의 집권구상은 정부·공공부문의 구조개혁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괴멸상태에 빠진 도시 중하층과 농촌 등 취약계층에 대한 소득·복지에 대한 지원으로 돌려 내수를 확대하고 경기회복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대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치밀한 실행 프로그램이 결여돼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특히 자녀 1인당 월 2만6000엔(35만원)의 아동수당 지급, 고속도로 무료화 등은 결국 이행하지 못했다. 불요불급한 공공사업 재정지출을 삭감해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방안이 관료들의 저항으로 유야무야돼 재정조달의 길이 막혀버렸던 것이다.

 

일본 민주당 정권 3년은 결국 진보·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불신감을 키웠고, 보수우익 세력들이 득세하도록 허용한 기간이 된 셈이다. 현재 10%대 후반에 머무르는 지지율을 감안하면 민주당은 다음달 16일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보수·우익세력들에게 정권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지지율이 가장 높은 자민당이 최다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지만 단독 과반수에는 이르지 못하면서 우익성향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의 일본유신회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태양당과 연립할 가능성이 높아 우경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다 총리는 16일 오전 각의에서 중의원 해산 방침을 표명하고 해산조서를 결정한 데 이어 오후 중의원 본회의에서 중의원을 해산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우려감으로 민주당에서는 노다 총리가 해산 방침을 발표한 지난 14일 이후 9명의 의원이 탈당하거나 탈당하기로 하면서 중의원 단독과반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