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하라 신타로가 득세하는 현재의 정세는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군부가 득세한 1930년대 군국주의 시대와 유사하다.”
다음달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80) 전 일본 도쿄도 지사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데 대해 일본 전문가는 1930년대 일본의 정세에 빗대며 우려했다. 1929년 세계대공황의 여파가 일본을 덮쳤으나 당시 일본의 양대 정당인 민정당과 정우회는 민생을 돌보기는커녕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면서 국민신뢰를 잃어버렸다. 이런 틈을 타고 군부가 득세했고, 일본을 전쟁으로 몰아갔다. 2009년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를 무너뜨렸으나 잇딴 실정으로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친 민주당 정권과 정권을 빼앗긴 뒤에도 기득권 체제에 안주하는 자민당의 양당 체제에 대한 국민불신을 자양분으로 극우 정치인 이시하라가 세력을 확대하는 현 상황이 당시와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최근 일본 언론들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시하라와 그가 대표로 있는 일본유신회는 민주당을 앞서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23∼26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다음달 16일 중의원(하원) 총선에서 투표할 정당(비례대표 투표 정당)으로 일본유신회는 14%로 자민당(25%)에 이어 2위에 올라 민주당(10%)을 제쳤다. ‘총리로 바람직한 인물’을 묻는 설문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58) 자민당 총재(29%)에 이어 2위(22%)를 차지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5) 총리는 19%였다.
이시하라는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로 칭하며,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징병제와 핵무장을 주장하는 등 ‘극우 발언’을 되풀이 해왔지만 정작 국정을 맡아 외교안보 문제를 담당한 적은 없다. 과거 보수 자민당 정권도 외교 부문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피했고, 따라서 이시하라의 국정참여는 봉인돼 왔다. 실제로 이시하라는 1968년부터 1995년까지 8선 의원을 지냈으나, 환경청 장관과 운수성 대신 등을 맡은 것 외에는 국정의 주요 자리에 오른 적이 없다. .
하지만 양당체제가 위기에 처하면서 봉인이 풀렸고, 이시하라는 선거 결과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제3세력’으로 중앙정치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고바야시 마사야(小林正彌) 지바대 교수는 주간 아에라 최근호에서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양대 정당 체제가 신뢰를 잃으면서 극우가 대두하는 구도가 됐다”면서 “이시하라가 정권의 일각을 맡은 상태에서 대외도발적인 발언을 계속할 경우 어찌될 것인가”라며 우려를 금치 못했다.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이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수 획득에 실패해 다른 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다 하더라도 일본유신회가 실제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원인 참의원에서는 민주당이 제1당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정국운영을 위해서는 일본유신회보다는 민주당의 협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시하라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이 과반수를 얻게 되면 (지금까지의 정치와) 같은 꼴이 된다”면서 자민·공명당 연합의 과반수 목표 저지를 총선 목표로 내세웠다. 그는 또 “주요 국면에서 과반수가 필요하다면 협력할 것”이라며 일본유신회가 국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그는 또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일본유신회에서 총리를 낼 생각”이라고 언급했으나 본인이 총리할 의향은 없다고 밝혔다.
이시하라는 이날 회견에서 중국에 대해서는 “일본이 제2의 티베트가 되지 않도록 필리핀, 베트남과 연합을 구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와 관련한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에는 “거기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외교”라면서도 “다소 희생을 치르더라도 나라를 지킨다는 자각을 보이지 않으면 미·일안보조약이 발동하지 않는다”며 경우에 따라 충돌을 각오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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