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의 국방군 승격 등 ‘막가파’식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58) 자민당 총재가 이번엔 ‘피카추 작명’ 논란에 휩싸였다. 피카추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의 등장인물로, 최근 일본의 젊은 부부들 가운데 자녀 이름을 ‘피카추’ 등으로 짓는 사례를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아베 총재는 지난 15일 한 강연에서 “자녀 이름을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이나 외국어 발음으로 짓는 사례가 있는데 이런 아이들이 이지메(집단 괴롭힘)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가 애완동물도 아니니, 이런 부모들은 지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자녀 이름의 한자를 ‘광(光·피카)+주(宙·추)’로 짓고 ‘피카추’로 부르는 등의 ‘튀는 이름’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 발언이 보도되자 ‘정치가 아이 작명까지 통제하려 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홋카이도신문은 지난 20일자 칼럼에서 “이지메당할 것 같은 이름은 아예 짓지도 말라는 발상”이라며 “이지메는 어디까지나 가해자의 잘못이고, 튄다고 이지메하는 잘못된 풍조를 막는 것이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미 19세기말 일본의 문호 모리 오가이(森驅外)가 자녀 이름을 ‘루이’ ‘마리’ ‘앙느’ 등으로 지은 사례를 거론하며 “이런 것이 정권을 탈환해 교육개혁에 나서겠다는 이의 식견이라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은 26일 “그런 이름을 짓는 부모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정치가 지도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사물에 대한 느낌이나 심미안을 정치가가 지도하겠다는 발상은 사상통제나 다름없다”는 독자투고를 실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코코아(心愛), 도레미(一二三), 라브리(愛理) 등 튀는 작명이 늘어나고 있다.
아베 총재는 지난 25일 TV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한 뒤 외국과 교전할 때에는 규칙에 따라 행동하게 해야 한다”며 교전규칙 제정 필요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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