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내년 참의원 선거 이후 ‘아베 색깔’ 본격화할 듯

서의동 2012. 12. 27. 17:17

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野田佳彦) 총재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총리 선출 투표에서 제96대 총리에 선임됨으로써 아베 정권이 정식 출범했다. 아베 총재는 이날 아소 다로(麻生太郞·72) 전 총리를 부총리 겸 재무·금융상으로 한 신임 내각을 발표한 데 이어 공명당과의 연립정부를 발족했다. 아베 총리의 취임으로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2006년 9월 퇴임한 이후 6년여 동안 7번째 총리를 맞이하게 됐다.

 

아베 총리의 국정운영은 ‘선 경제회생, 후 헌법개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승리로 참의원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태를 해소한 뒤 헌법개정 등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선거 승리로 안정의석을 확보한 뒤 헌법개정 요건을 완화(헌법 96조 개정)하고, 이어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를 개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아베 정권은 당분간 독도·센카쿠 문제 등 민감한 정책은 보류하는 등 ‘아베 색깔’을 되도록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민주당 정권하에서 미·일동맹이 이완되면서 한국, 중국과의 마찰이 심화했다고 보고 아베 총리가 내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을 해 미·일동맹 복원을 꾀할 예정이다. 내년 2월 하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아베 내각은 경제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대담한 금융완화와 대규모 재정지출을 뼈대로 한 ‘아베노믹스’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을 위해 10조엔(127조여원) 규모의 수정예산을 편성하는 한편 일본은행에 인플레이션 목표를 기존 1%에서 2%로 상향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 자발적 투자와 소비수요의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작정 돈을 풀어봐야 효과가 없고, 국가부채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아사히신문은 25일자 사설에서 아베노믹스를 가리켜 ‘아부나이믹스’’라고 비판했다.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지출이 위험한(일본어로 ‘아부나이’)한 정책조합(믹스)이라는 뜻이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정권 당시인 2006년 9월 총리에 취임했다가 1년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한 번 퇴진한 총리가 다시 집권한 것은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 이후 64년 만이다. 민주당의 노다 내각은 1년4개월만에 이날 오전 총사퇴했다. 자민당 장기집권을 무너뜨리고 2009년 9월 집권한 민주당 정권은 3년4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에게 축하서한을 보내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양국과 동북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이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노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