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정호열 성균관대 법대 교수가 ‘시장경제의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 내정자가 공정거래 분야를 다루는 경쟁법을 전공한 학자이긴 하지만 그동안 보여온 행보로 미뤄 대기업에 치우친 정책을 펼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정 내정자가 삼성생명의 주식시장 상장과 삼성전자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등에서 일관되게 삼성의 입장을 대변해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 내정자는 2007년 생명보험사의 상장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을 당시 보험계약자가 아닌 보험업계의 이익에 부합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2006년 6월 금융학회 주최 심포지엄에서는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법적으로는 주식회사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그간의 경영행태 등에 비춰볼 때 상호회사 성격을 갖는다는 지적에 대해 “상호회사적 성격을 인정하면 규범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생보업계의 입장을 지지했다. 보험계약자가 생명보험사의 성장에 기여한 만큼 생보사는 상호회사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어 생보사의 상장 차익을 보험계약자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정 내정자는 경제개혁연대(당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가 제기한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과 관련해 사법부의 결정을 지속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002년 1월 언론기고문을 통해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1심에서 재판부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를 잘못 이해했으며 균형을 잃은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정 내정자는 기고문에서 “기업은 도덕성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라 효율성을 지향하는 영리집단일 따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내정자는 2002년 3월 한국법제발전연구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도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 소송은 2005년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정 내정자는 신문 유통시장의 혼탁을 막기 위해 제정된 신문고시가 2001년 재도입될 당시 “신문고시는 신문의 품질과 가격에 의한 경쟁을 제한한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정 내정자가 ‘규제 완화’와 ‘시장경제 옹호’를 명분으로 내걸며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보다는 대기업에 편향된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29일 논평을 내고 “그동안 친삼성·친재벌 입장을 견지해온 인사가 재벌정책을 총괄하는 공정거래위원장 자리에 오르게 돼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이 얼마나 후퇴할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정 내정자는 2003년 출자총액제한제 강화에 반대하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며 “정 내정자가 공정성 측면에서 한 쪽으로 치우쳐 공정거래위원장 자격에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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