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정부, 포이즌 필 도입 추진은 잘못”

서의동 2009. 7. 27. 18:47
ㆍ“기업들 현금자산 증가는 경영권 위협과 상관없어”



ㆍ경제개혁硏 주장… 실제론 현금비율 변화없어

기업들의 현금자산비율이 증가한 것은 세계적 현상이며 경영권 위협과는 관련성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기업들이 주주권한 강화와 경영권 위협 등을 이유로 투자를 미룬 채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며 포이즌 필(독약조항) 등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다.

◇ 외환위기 이후 현금자산비율 변화없어 =경제개혁연구소가 27일 내놓은 ‘기업들의 현금보유 과잉주장에 대한 비판’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중 비금융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산총액 대비 현금자산비율(단순평균)은 1991년 9.91%에서 지난해 9.61%로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자산비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11.8%까지 높아졌으나 이후 하향 추세를 보이며 10~11%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현금자산비율(중위값)도 91년 8.9%에서 지난해 7.5%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현금자산비율이 급증했다는 정부와 재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국내 기업의 현금자산비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높지 않았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04년 현재 29개국의 현금자산비율(단순평균치)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16.2%로 10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미국(18.7%), 일본(17.6%), 중국(16.5%) 등 주요국은 물론 홍콩(18.5%), 대만(17.3%), 싱가포르(16.7%) 등도 우리나라(16.2%)보다 평균 현금자산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현금 쌓아두는 것은 투자환경 불확실성 탓” = 경제개혁연구소는 “국내 기업들이 현금자산비율을 늘리는 것은 주주권한 강화나 경영권 위협보다는 실물투자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25% 기업들의 경우 영업이익율 변동이 현금자산비율 증가와 관련이 큰 반면 외국인 지분비중은 현금자산비율 증가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정부가 포이즌 필 등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실물투자의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으면 기업의 현금자산이 실물투자로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은 “정부가 포이즌 필 등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을 허용할 경우 주주에 대한 책임경영과 무능한 경영진 퇴출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어렵게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이즌 필(독약조항)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신주를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을 기존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 ‘독약’을 숨겨놓아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하기 어렵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주주를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국내 상법과는 배치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