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으로 지난해 요절한 일본의 40대 유통 저널리스트가 생의 마감을 앞두고 집필한 ‘엔딩노트(임종의 기록)’가 출간돼 일본 사회에 화제와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40대의 죽음이 어떤 것인지’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펜을 놓지 않던 그의 마지막 모습이 삶과 죽음을 다시 돌이켜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가네코 테쓰오의 생전모습/산케이 제공
지난해 11월말 출간된 뒤 10만부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내 죽음의 방식-엔딩 다이어리 500일>(쇼가쿠칸)은 유통 저널리스트로 각광을 받아온 가네코 테쓰오(金子哲雄·향년 41세)가 암의 일종인 ‘폐 카르시노이드(carcinoid)’ 말기 진단을 받은 뒤 투병과정과 임종을 앞둔 심경의 변화, 사후준비 과정 등을 써내려간 기록이다.
가네코는 2011년 6월 폐에 9cm가량의 종양이 자라나 기관을 압박하고 있으며 병세가 말기 단계라는 진단을 받았다.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에게 느닷없이 닥친 ‘선고’였다. 수십만명 중 한명꼴로 발견되는 희귀병으로 마땅한 치료법도 없었다. 백방으로 다니며 치료를 거듭해 간신히 종양의 크기는 줄였지만 얼마안가 간과 뼈로 전이되면서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졌다. 방송일을 위해 투병중 지방출장도 마다않을 정도로 성실하던 가네코는 결국 지난해 8월 방송일을 중단했다. “왜 내가 불치병에 걸렸지? 일도 잘 되고 있는데 왜 죽어야 하지? 무슨 죄라도 지은 건가”
아이가 없는 가네코에게 유일한 가족인 아내를 붙들고 이렇게 호소하기도 했다. 몸의 고통이 더해가고 죽음이 임박했음을 실감하면 할수록 회한과 비통한 심정은 더해갔다.
가네코는 자신의 임종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으로 마음을 추스렸다. 사후 유산처리에서 유언장 작성, 묘지및 장례식장 선정과 장례절차 준비까지 ‘홀로 남을 아내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직접 기획하기로 했다. 영정사진을 직접 고르고, 입관때의 복장까지 정할 정도로 세심하게 준비에 몰두했다. 가네코는 이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유통업계의 세세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꼼꼼하게 전달해 명성을 얻었던 저널리스트 답게 ‘40대의 죽음이 어떤 것인지, 죽음을 앞둔 심경의 변화는 어떤지’ 등 자신의 죽음을 정보발신의 장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몸 가누기조차 힘든 상황에서도 변호사, 장의사와 장례절차와 유산처리를 마무리했고, 조문객의 숫자까지 예상해 예산을 짰다. TV에서 쾌활한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나던 기질을 발휘해 조문객을 위한 인삿말에 “인생의 조기 은퇴제도를 이용하게 됐다”는 유머도 넣었다. 죽기 하루전이었다. 40일간의 집필과 사후준비를 마무리한 가네코는 지난해 10월2일 세상을 떠났고 방송일을 위해 자주 오가던 도쿄타워 근처의 절에 묻혔다. 장례식에는 그의 예상의 3배가 넘는 1000명의 조문객이 참석해 명복을 빌었다.
임종을 준비하는 활동인 ‘종활(終活·슈카쓰)’에 대한 관심이 큰 일본에서 ‘슈카쓰의 귀감’으로 평가받는 이 죽음의 기록에 대해 일본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일본 인터넷서점인 ‘아마존’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엄청난 갈등과 번민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생사관을 관철시킨 저자에 경의를 표한다” “달관한 듯 담담한 필치로 쓴 부인의 ‘후기’를 읽고 눈물을 쏟았다”는 등의 반응들이 올라왔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2일자로 가네코의 ‘종활’을 상세히 다룬 특집기사를 실었다. 그의 장례식을 대행한 장의업체 관계자는 “가네코처럼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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