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북 핵실험으로 일본서 '총련 때리기' 재연 조짐

서의동 2013. 2. 15. 15:21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일본에서 ‘총련 때리기’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핵실험 직후 일본 정부가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간부들의 북한 방문 제한조치에 나선 데 이어 일부 자치단체들은 조선학교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2002년 북한이 일본인 납치사실을 시인한 이후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폭언·폭행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교도통신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가나가와(神奈川)현 구로이와 유지(黑岩祐治) 지사는 현내 5개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을 2013년도 예산안에 계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977년부터 조선학교에 보조금을 지원해온 가나가와현은 핵실험 이전만 해도 조선학교 보조금 명목으로 6300만엔(약 7억3000만원)을 2013년도 예산안에 포함시킬 예정이었다. 


구로이와 지사는 “핵실험은 국제 여론을 무시한 폭동”이라며 “북한의 강한 영향권에 있는 조선학교를 계속 보조하는 것은 주민들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납치피해자의 귀국 등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경우 보조금 지급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사이타마(埼玉)현의 우에다 기요시(上田淸司) 지사도 관내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계상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가나가와조선중고급학교 강문석 교장은 “핵실험과 학교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고 반발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2일 북한 핵실험 직후 대북 제재방안으로 총련간부 중 방북제한 대상자를 현행 4명에서 9명으로 확대했으며, 총련은 “(방북 제한조치는) 총련에 대한 전적으로 정치적인 압력이며 비인도적인 조치”라며 반발했다.

 

도쿄 지요다구 총련 중앙본부에는 북한 핵실험 직후 ‘넷 미디어’라는 일본 단체 회원들이 몰려가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했으며, 13일엔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 등 우익단체들이 시위를 벌였다. 총련 관계자는 경항신문과의 통화에서 “핵실험 이후 중앙본부 사무실에 협박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일사회는 강경보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핵실험 이후 연일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점을 들어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川純一郞) 당시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사실을 인정한 이후 확산됐던 ‘총련 이지메’가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치마, 저고리 교복 차림으로 통학하던 도쿄 조선중고급학교 여학생이 전철 안에서 정체불명의 남자에 의해 예리한 흉기로 치마를 찢기는 사고를 당하는 등 조선학교 학생들에 대한 폭언·폭행사태가 확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