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원전의 현재와 미래

서의동 2013. 3. 5. 17:07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방사성물질 대량유출사고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난 현재도 시간당 최대 1000만베크렐(Bq)의 방사능물질이 새어나오고 있다. 사고로 노심용해(멜트다운)된 핵연료봉은 현재 안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무너져 내린 건물더미에 부착된 방사성물질이 끊임없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2050년까지 후쿠시마 원전폐쇄를 목표로 건물 잔해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4호기에선 오는 11월부터 저장수조에 있는 폐연료봉 회수가 진행된다. 또 내년부터 2021년까지 원자로 격납용기 보수를 마친 뒤 2021년부터 녹아버린 핵연료봉의 회수와 건물해체에 나선다.  

 

하지만 노심용해된 연료봉 회수작업은 방사선량이 치명적이어서 현재로선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1호기 격납용기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11시버트(Sv)로 노출되면 즉사할 수 있다. 1~3호 건물의 방사선량도 시간당 20~100밀리시버트(mSv)나 돼 로봇이나 원격조종 크레인을 동원해야 한다. 1~3호기 원자로 내부에는 노심용해된 핵연료봉이 1496개, 1~4호기 저장수조에는 3106개의 폐연료봉이 있다. 1~3호기 원자로의 온도는 17~31도, 4호기 폐연료봉 저장수조는 20도 전후(3월1일 현재)로 안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루 수백t씩 불어나는 방사성물질 오염수도 골칫거리다. 1~4호기 주변의 오염수는 36만5000t(2월26일 현재)으로, 25m 크기 수영장 480개 분량에 달한다. 도쿄전력은 2015년까지 70만t 분량의 물탱크를 추가 설치하는 한편, 내륙 쪽의 지하수가 원전부지로 유입되지 않도록 우물을 파고 있다. 도쿄전력은 62개의 방사성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다핵종제거장치(알프스)로 오염수를 정화한 뒤 바다로 방류하는 것을 검토 중이지만 이 장치로는 방사성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없어 방류도 쉽지 않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원전들을 안전점검을 거쳐 재가동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연내 재가동은 당장에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우선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마련한 새 안전기준을 충족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걸리는 데다, 활성단층이 속속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새 안전기준은 비상시에 대비해 원자로 중앙제어실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제2제어실을 마련하고, 원자로 냉각을 위해 방수포를 설치하도록 했다. 비등수형은 격납용기의 압력을 낮출 수 있도록 필터형 배기구(벤트)를 갖춰야 한다. 원전을 지을 수 없는 활성단층의 판단기준을 12만∼13만년에서 40만년으로 강화했다. 이런 기준을 연내 충족할 수 있는 원전은 50기 가운데 5개 안팎에 불과하며,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원자로 폐쇄를 선택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이달 18일까지 각 자치단체들은 원전사고시 주민피난을 비롯한 방재계획을 작성해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규제위는 방재계획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자치단체에 있는 원전 재가동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자치단체들이 사용 후 핵연료의 처리방안을 재가동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결국 아베 정권의 원전재가동 의지에도 일본의 원전정책은 서서히 ‘감(減)원전’쪽으로 나아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플루토늄 확보에 집착하는 일본의 '핵무기 야망'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도 플루토늄을 만드는 핵재처리 정책에 여전히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이미 막대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원전가동 중단으로 쓸 곳이 없는 데도 굳이 핵분열성 플루토늄의 생산재개를 서두르고 있어 핵무기 전용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원연(原燃)은 올해부터 3년간 아오모리(靑森)현 롯카쇼무라(六ヶ所村)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공장에서 플루토늄-우라늄 혼합산화물(MOX) 분말을 약 16.3t 제조할 계획이라고 원자력규제위원회에 보고했다. 이 안에는 핵 분열성 플루토늄 5t이 포함된다.

 일본은 이 혼합산화물 분말을 핵연료로 쓴다는 명분으로 이미 플루토늄 약 29.6t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분말을 쓰는 원전은 모두 가동이 중단됐다. 그런데도 이 분말 생산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롯카쇼무라의 이 분말 가공공장의 추가 건설 허가를 내줬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한 뒤 우라늄과 섞어 새 연료를 만드는 공장으로 일본 핵 재처리사업의 핵심시설이다. 이 역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핵재처리 사업의 폐지여부가 논의되던 시점에서 건설허가를 내준 것이다.

 또 경제산업성은 현재 검토 중인 핵연료 최종 처분 5개년 계획에 일부 폐연료봉을 땅속에 묻는 ‘직접처분’ 방식을 제외하고 100% 재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민주당 정권은 ‘2030년대까지 원전가동 제로’ 목표를 내세우며 폐연료봉도 직접 처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지만 자민당 집권으로 정책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현재 일본에는 처분하지 못한 채 원전에 보관 중인 폐연료봉이 저장 용량의 약 70%에 해당하는 약 1만7000t에 이른다.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전국의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모아 재처리 하는 시설로, 오는 10월 완공 예정이지만 이미 19차례나 완공 목표 시점을 연기한 바 있다. 재처리해서 뽑아낸 플루토늄을 사용할 고속증식로 ‘몬주’는 가동중단 상태인 만큼 ‘100% 재처리’한다 해도 실행능력이 의문시되고 있다.

 일본원연은 또 롯카쇼무라의 우라늄 농축시설의 원심분리기를 신형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원심분리기는 저농도 우라늄으로부터 고농축 우라늄을 분리하는 장치로, 신형 원심분리기는 기존 원심분리기보다 처리 능력이 4~5배 정도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