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을 하루속히 안정화시키는 것이 주민귀환을 위한 대전제입니다.”
일본 후쿠시마현 히로노마치의 구로다 고키(黑田耕喜·60) 부정장은 지난달 2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순조로운 주민귀환을 위해 정부가 하루빨리 원전의 안정화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3월말 행정업무가 원상복귀한 뒤 방사성오염물질 제거(제염)작업에 가장 공을 들여 방사선량은 많이 떨어졌지만, 주민들의 근본적인 불안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주민복귀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제염작업은 잘 진척되고 있는가.
“지난해초부터 시작해 주민 거주공간 주변, 공공시설, 학교 등은 대략 완료했다. 2011년말 제염계획을 세울 당시 히로노마치의 방사선량은 0.5~7마이크로시버트(μSv)였는데 0.3~4μSv까지 내리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 기준치인 연간 피폭량 1mSv에 맞추려면 시간당 0.23μSv까지 내려야 하지만 우선은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제염을 하더라도 방사능 수치가 내려가지 않는 곳이 많다.”
-제염을 했는데 왜 내려가지 않나.
“집에서도 현관이나 실내는 효과가 있지만, 오래된 지붕은 제염을 해도 별 효과가 없다. 콘크리트 재질의 미세한 구멍에 들어가 있는 방사성물질은 (고압살수기로 씻어내도) 잘 제거되지 않는다.”
-귀환하는 주민이 예상보다 적은 이유는?
“귀환등록을 한 주민이 737명이지만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1주일 가운데 3~4일은 히로노에서 지내는 주민들도 있어 실질적인 거주인구는 더 많다. 하지만 귀환해도 상점가가 복귀하지 않아 생필품을 사려면 마을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의료인력도 절반밖에 돌아오지 않아 인공투석을 하러 차로 30분 떨어진 이와키까지 가는 이들도 있다.”
-귀환을 꺼리는 이들은 대부분 젊은 세대인가?
“아무래도 아이들을 둔 육아세대들이 많다. 방사선량이 낮아졌다고 해도 아직 후쿠시마 원전이 안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불안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에 가장 요청하고 싶은 것은?
“사고원전을 하루빨리 수습해 안정화하는 것이 주민귀환의 대전제다. 의료시설 확충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제염사업이나 복구재정 지원도 중간에 흐지부지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1년만에 다시 찾은 도호쿠 피해지역
지난해 3월에 이어 1년여 만에 다시 찾은 동일본대지진 피해지 이와테(岩手)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와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시는 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복구가 더뎌 보였다.
지난달 26일 신칸센 정차역이 있는 이와테현 이치노세키(一關)시에서 렌터카를 몰고 1시간여 만에 도착한 리쿠젠타카타시는 해안에 남아있던 ‘기적의 소나무’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기적의 소나무는 일단 베어진 뒤 방부처리 작업을 거쳐 오는 22일 그 자리에 원상태로 복원될 예정이다. 연안 도심부는 1년 전과 마찬가지로 공사차량들이 부지런히 오가고, 몇 채 남은 건물들을 철거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연안 도심부에 유일하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다카다마쓰바라(高田松原)’ 휴게소 광장에는 추도시설이 들어섰다. 수 백년된 소나무 7만여그루가 장관을 이루던 경승지다. 건물 부근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개의 형상이 건물 철거현장 쪽을 향해 놓여있었다.
남쪽 해안도로로 30분쯤 달려 도착한 게센누마는 1년 전에 비해 항구 주변이 말끔해졌다. ‘상어박물관’ 앞 공터에 덩그렇게 놓여있던 소형어선도 치워졌고, 해안 부근의 공공기관 합동청사도 철거됐다. 쓰나미에 떠밀려온 60m 길이의 거대한 ‘제18 교토쿠마루(共德丸)호’에는 조그만 탁자가 마련돼 참배객들을 맞이했다. 게센누마시는 이 선박의 철거여부를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조만간 결정하기로 했다.
게센누마의 항구 부근에는 가건물로 부흥상가가 지어지는 등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주민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거의 치유되지 않고 있다. 교민 이미나씨(45)는 “대지진 이후 치매나 우울증에 걸린 노인들이 크게 늘어났고, 등교를 거부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사히신문이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인 이와테(岩手)·미야기(宮城)·후쿠시마(福島) 3개현의 42개 시·정·촌 단체장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복구와 부흥작업 완료시기를 6~10년 후로 전망한 응답이 절반을 넘는 22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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