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상투적인 이야기부터. 금융의 본래 역할은 돈을 돌려 실물경제가 잘 굴러가도록 하는 데 있다. 사람 몸으로 치면 돈은 혈액이고, 실물경제는 근육과 살이다. 피가 흐르지 않으면 살이 썩거나 근육이 괴사한다. 반대로 혈액과다도 몸에 문제를 일으킨다. 역사적으로 보면 금융이 실물경제의 매개자 역할에서 벗어나 산업에 군림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다. 공교롭게도 한 체제가 쇠퇴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영국의 패권시대가 막바지로 치닫던 20세기 초와 미국의 달러패권이 힘을 잃어가던 2000년대 초반이 그랬다. 그 시도들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금융은 물론 실물경제도 함께 망했다. 1929년의 세계 대공황과 ‘약탈적 대출’이란 별명이 붙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대표적이다. 국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