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남북관계가 복원된 이후 정상회담만 세 차례 열렸고, 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가 전개돼 왔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무기가 사라졌고, 65년 만에 비무장지대에서 전쟁 유해의 발굴이 시작됐다. 이달 말이면 전방 감시초소들도 시범철수된다. 다기한 분야에서 남북관계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다 보니 ‘우리가 어디쯤 와 있고, 왜 여기에 있는지’ 현기증이 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 기사에 냉소 섞인 댓글들이 달리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어 보인다. 어떤 변화든 거저 일어나지는 않는다. 운동을 하려고 안 쓰던 근육을 오랜만에 쓰려면 통증이 생기는 것과 같다. 하물며 70년 냉전체제의 껍질을 깨기가 쉬운 일인가. 우리 시야도 정세변화에 맞춰 바꾸지 않으면 초점이 안 맞아 어지럼증이 심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