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18~19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엔화가치 하락을 야기한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성토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브라질 등 수출경쟁력 악화로 고전하는 신흥국들이 엔화약세를 집중 성토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도 엔화 추가하락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대문이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춘계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워싱턴을 방문 중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제회의를 통해 일본의 양적 완화 조치와 이에 따른 엔화 절하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엔화 절하 등의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분명히 있는 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 장관은 “엔화 절하로 원화가 상대적으로 절상돼 우리 자동차나 전자 제품 수출이 실제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아베노믹스가 과도한 통화증발로 한국을 비롯한 지역및 세계경제에 자본유입이나 환율변동 등의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당초 엔화약세를 용인했던 미국이 최근 강경한 태도로 돌아선 것도 회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지난 12일 의회에 제출한 ‘분기 환율보고서’에서 “일본이 경쟁 목적으로 엔화를 평가절하하지 못하도록 계속 압박하겠다”며 경기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8%에 그치면서 199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중국도 엔화약세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의 공동성명 초안에 ‘통화가치 하락 경쟁을 자제하고, 환율을 정책의 목표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등 엔화약세를 견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일본은행이 지난 4일 발표한 대규모 금융완화 조치로 엔화가치가 급락한 것을 견제하는 취지가 담긴 것이다.
일본은 이번 회의에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과 대규모 금융완화를 주도하고 있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참석한다. 지난 3월20일 취임 이후 첫 국제무대에 나서는 구로다 총재가 각국의 공세에 맞서 어떤 논리로 아베노믹스를 변호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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