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아베 공세, 뭘 노리나… ‘평화체제는 악’ 규정, 우경화 조장해 ‘전쟁 개헌’ 추진

서의동 2013. 4. 23. 21:34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 도발은 전후 일본의 평화체제를 ‘악(惡)’으로 규정해 털어내고 헌법 개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국내정치적 목적도 강하다. 침략 역사를 부정함으로써 일본 국민이 ‘전범(戰犯)’의 죄의식에서 벗어나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 국가’의 국민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본 보수·우익들은 전후 연합국에 의해 졸속으로 만들어진 평화헌법이 일본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았을 뿐 아니라 일본을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불구 상태로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조성된 평화체제하에서 일본이 이룩한 경제성장 등의 성과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이자, 평화체제를 지지해온 일본 내 리버럴(자유주의)·좌파세력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자면 일본 사회에서 헌법 개정 문제는 전후체제를 둘러싼 이데올로기 투쟁의 성격이 강하다. 이 투쟁을 아베 총리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는 ‘자주헌법’을 만들자고 주장한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기시는 평화헌법을 대체하는 자주헌법을 완성하는 것이 ‘일본의 진정한 독립’이라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아베 총리는 1차 내각(2006~2007년) 당시 헌법을 고칠 뜻을 비쳤으나 1년 만에 실각함으로써 개헌의 동력을 잃었다. 개헌은 자민당의 숙원이기도 하지만 일본 전후체제의 근간을 바꾸는 문제인 만큼 강력한 리더가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열린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민주당 정권을 무너뜨리고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는 지금이 개헌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오랜 기간 평화주의에 젖어 약하고 왜소해진 일본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개헌이다. 

아베뿐 아니라 일본 내 우익 정치인들이 지난해 한국, 중국과의 갈등을 전후해 ‘우경화 선풍’을 불러일으키면서 개헌에 대한 여론의 저항감도 상당히 누그러졌다. 

이뿐만 아니라 일각에선 극우 민족주의에 경도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 같은 극우 집단이 공공연하게 “한국인을 죽이자” “박멸하겠다”는 등 극단적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볼 때 이들의 움직임은 반한 시위를 넘어 인종주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거품경제가 무너진 뒤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젊은이들은 이런 극단주의의 기반이 된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불안정 고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자신의 불안감을 애국주의와 인종주의를 통해 해소하려는 것이다. 이런 이들이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를 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