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공산당에 쏠리는 기대

서의동 2013. 7. 11. 10:53

요시다 노부오(吉田信夫·63). 일본공산당 도쿄도의회(광역의회) 4선 의원인 그는 평소 지붕을 씌우고 확성기를 얹은 ‘귀여운’ 오토바이를 몰고다닌다. 지난해 6월 취재차 만났을 때 오토바이를 몰고 나온 그는 “구석구석 골목을 누비며 유권자들을 만나는 데 최고”라고 으스댔다. 지역구인 스기나미(杉倂)구는 좁은 골목길에 단독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전형적인 주택가다. 차로 다니면 못보고 지나칠 지역의 문제점들도 오토바이를 타면 눈에 띈다. 그의 사무실에서는 매주 월·목요일 변호사가 입회하는 주민생활상담이 이뤄진다. 변호사 비용이 없는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공산당은 둘도 없는 버팀목이다.

 

요시다 의원과 그의 '애마'


오는 21일 치러지는 참의원(상원) 선거운동으로 눈코뜰 새 없는 요시다 의원과 10일 전화가 연결됐다. “이번 선거처럼 공산당에 대한 기대가 뜨거운 적이 없어요. 아마 공산당에게는 역사적인 선거가 될지 모릅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엔 약간의 흥분감마저 느껴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공산당이 유세를 하면 멀리서 손을 흔들어주는 게 고작이었는데 요즘은 직접 다가와 ‘이제는 공산당 뿐’이라며 악수를 청하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있어요.”

 

일본공산당에 왜 지지가 모이는 걸까. 리버럴 기조의 민주당이 집권 3년 만에 국민신뢰를 잃으면서 붕괴한 뒤 뒤를 이은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자민당 정권은 전쟁이 가능한 군대를 만들겠다며 헌법개정에 의욕을 보이고 있고,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가 채 수습도 되지 않았는데 원전 재가동을 외치고 있다.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은 지리멸렬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책에서도 갈팡질팡하는 등 견제력을 상실했다. ‘제3세력’으로 주목받던 일본유신회도 올들어 자민당 ‘2중대’라는 본질이 드러나면서 공산당이 대안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도쿄도 의회선거에서 일본공산당은 의석을 두 배 이상 늘리며 민주당을 제치고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참의원 정원(242석)의 절반을 뽑는 이번 선거는 자민당의 압승이 확실시되면서 공산당이 얼마나 약진하느냐가 주요 관전포인트가 됐다. 공산당중앙위는 이번 선거에서 5석 획득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2배인 10석까지 얻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과거 자민당을 이끌던 온건파 원로들도 최근 일본공산당을 재평가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의 주역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은 시사월간지 <세카이(世界)> 최근호에서 “지금 가장 제대로 정당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일본공산당”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정계를 은퇴한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 5월 공산당 기관지인 아카하타(赤旗)와의 인터뷰에서 “전후 오랜기간 자민당과 일본공산당은 입장과 정책은 달라도 각기 자부심을 갖고 활동해왔다”며 “자민당과 공산당이야말로 (일본의) ‘양대정당’”이라고 평가했다. 


보수정당이되 좌우의 날개로 균형을 유지해오던 자민당이 아베 정권들어 ‘오른쪽 날개’만으로 위험천만한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을 안타까워 하는 원로들이 공산당에 시선을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공산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집권까지 바라는 이들은 많지 않을지 모른다. 사회주의 폭력혁명 노선을 일찌감치 탈피했지만 공산당에 덧씌워진 ‘주홍글씨’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헌금과 정당보조금을 완전히 받지 않는 청렴성에 줄곧 서민의 편에 서온 공산당의 ‘한결같음’이 다시 조명받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지리멸렬 상태의 한국 야당은 일본공산당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