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 일본에 입국한 민주당 이종걸, 이상민, 문병호 의원과 이용득 최고위원은 광복절인 15일 아침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구단시타(九段下)에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아베 정권의 우경화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시내 호텔을 나섰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호텔에 일본 경찰 수십명이 찾아와 이들의 야스쿠니행을 가로막았다.
우여곡절 끝에 출발했지만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신사 입구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입구 근처에서 감색 제복을 입은 우익단체 회원들이 거친 언사를 퍼부으며 접근하려 하자 경찰들이 신사에서 수백m 떨어진 곳으로 의원들을 격리시켰기 때문이다. 주택가도 상가도 아닌 어정쩡한 장소로 격리된 의원들은 입장을 표명했고, 신사 방향으로 행진하려다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기자들이 분주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이 이종걸 의원은 소지하고 있던 태극기를 꺼내들었고, 이 최고위원은 인도변 안내판 기둥을 붙들고 저항했으나 이내 강제로 차량에 실렸다.
의원들이 이날 한 일이라고는 성명 발표와 일본 경찰과의 몸싸움이 고작이었다. 호텔에서 만난 이종걸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에 각료들과 정치인들이 많이 온다길래 그 자리에서 성명을 전달하려 했다”고 했지만 ‘광기’ 가득한 우익세력들이 한국 국회의원들의 신사 진입을 그대로 놔둘 리가 만무했음을 생각하면 설득력이 부족했다. 의원들은 방일 전에 일본 정부 인사와 정치인들에게 면담요청을 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럼 좀 더 준비를 해서 오시지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8·15라는 시기가 중요하지 않으냐”고 답했다.
의원들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이번 방일은 급조된 ‘정치적 퍼포먼스’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8·15니까 어쨌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식의 액션은 일반인들도 할 수 있다. 의원들을 보면서 2년 전 울릉도를 가겠다고 방한을 시도했다가 김포공항에서 쫓겨난 일본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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