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이웃나라 사람 화났다” 역사 왜곡 비판 일 국민밴드 ‘서던 올스타즈’ 신곡 발표

서의동 2013. 7. 2. 23:16

‘무심코 본 뉴스에서/ 이웃나라 사람이 화를 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아무리 대화를 해도/ 각자의 주장은 바뀌지 않아/ 교과서 현대사를/ 배우기 전에 수업이 끝나버리고/ 그것(현대사)이 가장 알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됐을까’


일본에서 국민밴드로 추앙받는 록밴드 ‘서던 올스타즈(southern All Stars·사진)’가 한국, 중국, 일본이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는 동아시아의 현재 상황과 과거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일본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의 신곡을 내놨다. 리더 구와타 게이스케가 작사·작곡한 ‘피스(Peace·평화)와 하이라이트’는 서던 올스타즈의 활동 35주년을 맞아 다음달 7일 정식으로 발표되지만 이미 자동차회사의 CM송으로 일본 국내에서 전파를 타고 있다. 

일본 대중들에게 영향력이 지대한 서던 올스타즈가 이처럼 정치현실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노래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과 주변국의 갈등상황을 다루면서 침략의 근현대사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학교현실을 꼬집는 것으로 시작하는 ‘피스와 하이라이트’는 이어 대화를 해도 평행선을 벗어나지 않는 일본과 주변국 간의 갈등을 우려하면서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내세워 갈등을 조장하는 각국의 정치인들을 질타한다. 

정치인들에 의해 조장된 갈등이 20세기 전란의 비극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숨기지 않는다.

‘역사를 서로 이해하고 도와가면 좋지 않을까/ 딱딱한 주먹을 휘둘러도/ 마음은 열리지 않아/ 그럴듯한 대의명분으로/ 싸움을 걸고/ 벌거벗은 임금님이 폭주하는 세상은… 광기/ 20세기에 이미 겪어서 안 하기로 한 것 아닌가’

이 노래는 후반부에 갈등을 빚고 있는 각국이 서로 화해하는 노력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빚어진 과거사를 시사하는 소절을 넣어 일본에 더 무거운 책임이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다고 해도/ 서로의 좋은 점을 알도록 해보자/ (중략)/ 이 훌륭한 지구에 태어나/ 슬픈 과거도, 어리석은 행동도/ 인간은 왜 잊어버리는 걸까/ 사랑하기를 주저하지 말자’

곡 중 모두 함께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자고 호소하는 대목(희망의 싹을 심자/ 지상에 사랑을 키우자/ 미래에 평화의 꽃이 피기까지는… 우울/ 허풍스러운 이야기일까? 공상일까?/ 서로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따위가)은 현재 폭스바겐의 CM에 실렸다. 서던 올스타즈가 일본인들에게 던지는 핵심 메시지기도 하다. 한 음악평론가는 “30년 넘게 일본 대중과 호흡해온 서던 올스타즈가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수습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주변국들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일본의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던 올스타즈는 1978년에 데뷔한 이래 재치있는 가사와 독특한 보컬로 일본 음악계에서 선풍을 일으켰으며 50곡이 넘는 싱글앨범을 발표했다. 2008년에 30주년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했고, 2010년에는 리더 구와타가 초기 식도암에 걸렸으나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쳐 지난달 25일 정식으로 그룹 부활을 선언했다. 서던 올스타즈의 노래 중 ‘사랑스러운 에리’ ‘쓰나미’ 등은 한국에도 번안돼 소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