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 보수신문 “미국에 위안부 소녀상 우려, 고노담화 수정해야”

서의동 2013. 8. 1. 17:36

ㆍ요미우리 사설서 주장… 보수세력 강경 선회 조짐


일본 내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요미우리신문이 1일 사설을 통해 ‘고노담화 수정론’을 제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것을 빌미로 일본 보수세력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강경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여기에 한·일 축구 응원과 관련한 일본 각료의 망언 등 크고 작은 악재들이 불거지면서 양국 갈등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한·일관계도 ‘악몽의 8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요미우리는 이날 사설에서 최근 캘리포니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대해 “왜곡된 역사가 미국 전역에 널리 퍼지고 있다. 극히 우려되는 사태”라면서 “성노예라는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고노담화의 재검토가 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소녀상 옆의 평화비에 ‘일본군에 연행돼 강제로 성노예가 된 20만명 이상의 아시아인과 네덜란드인 여성’이라는 표현이 “과장왜곡으로 일본의 명예를 현저히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고노담화가 왜곡의 발단이 됐다며 위안부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사설은 주장했다. 

원폭 피해자들 “일본은 사죄·배상하라” 1일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원폭 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 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한국인 원폭 피해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일본 정부의 사죄와 피해 배상을 촉구하며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요미우리가 지난해 10월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면 국제사회의 신용을 잃을 것”이라는 고노 전 장관의 인터뷰를 싣는 등 위안부 문제에서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여온 점을 감안하면 이날 사설은 이례적이다. 일본 내 보수여론이 소녀상의 미국 설치를 빌미로 강경론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보수여론을 받아들여 고노담화를 수정하려 할 경우 한·일관계는 파국을 피할 수 없다.

ㆍ각료 신사 참배 여부 등 한·일관계 ‘8월 악재’ 촉각

8·15 패전일을 전후해 아베 정권 인사들의 돌출행동이나 망언이 불거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이날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가 독일 나치식 개헌론을 언급했다 취소한 것에 대해 “앞으로 일본 정부 그리고 정계 고위 지도자들이 언행에 더욱더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소 부총리는 물론 아베 정권 내 극우인사들 전체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짙다. 이미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이 지난달 30일 한국 응원단의 ‘역사 현수막’과 관련해 한국민의 ‘민도(民度)’가 문제시된다고 극언하며 망언 퍼레이드를 예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오는 15일 아베 내각 각료들이 군국주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할지 여부다. 교도통신은 이날 아베 총리가 “한국, 중국과의 긴장 관계가 높아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오는 15일 참배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일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외교가에서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 등 주요 각료들은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총무상, 이나다 도모미(稻田明美) 행정개혁상 등 우익 인사들의 참배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아베 정권은 이날 한·일 양대 현안인 독도와 관련해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새로운 ‘독도 도발’에 나섰다. 

내각부는 지난 6월 전국 성인 3000명(1784명 응답)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을 알고 있다는 응답이 94.5%에 달하고, ‘한국이 불법점거를 하고 있다’는 응답이 63%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아베 정권이 지난 2월 설치한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이 주관한 것으로 방위백서 등과 교과서 검정 등을 통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및 교육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한 외교전문가는 “양국관계가 8월을 무사히 넘길 경우 관계 복원의 모멘텀이 마련되겠지만, 갈등이 재연될 경우 연내 양국 정상회담은 불가능해진다”면서 “양국이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