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 집단 자위권 행사 대상에 ‘한반도 유사시’ 명기 검토

서의동 2013. 8. 14. 18:24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 중인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한반도 유사시’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 구체적인 사례로 거론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남북한 무력충돌 등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자민·공명 연립여당과의 당정 협의 때 사용할 사례집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불허하는 현행 헌법 해석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케이스로 ‘한반도 유사시 미군 지원활동’을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또 ‘일본으로 원유를 운반하는 해상 교통로에서의 기뢰 제거 작업’도 현재의 헌법 해석으로 대응이 곤란한 사례로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공격받지 않아도 동맹국 등이 공격받았다는 이유로 타국에 반격할 수 있는 권리로, 이 적용대상에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하는 것은 자위대의 작전범위 안에 한반도가 포함될 수 있음을 뜻한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주권국가이고, 일본과는 동맹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자위대가 한국 정부가 허용하지 않는 한 임의로 들어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반도에 일본이 다시 군사력을 전개할 수 있게 되는 셈이어서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집단적 자위권 논의를 시작하기로 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아베 내각은 총리직속 전문가 회의가 관련 보고서를 정리한 뒤 당정 협의를 시작할 방침이었으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신중한 공명당이 반발할 수 있는 만큼 미리 설득작업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언론 보도에 공식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일본이 평화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전수방위를 기반으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본, 군사대국화 속셈 노골화… 한·중 등 동북아 갈등 새 불씨

ㆍ‘한반도 유사시’ 자위권 명기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에 한반도 유사시까지 포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일 간에 새로운 파장이 예상된다.

물론 자위대가 한국 정부의 요청이나 허가 없이 한반도에 진입할 수는 없다. 또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는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문제와 맞물려 있기도 해 한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로 관망자세를 취해왔다. 주일미군이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주한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 간 안보 문제에 대한 협력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1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라는 쪽으로만 해석할 경우 일본의 ‘군사대국화’라는 다른 측면을 놓치게 될 위험성이 있다. 과거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침략의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 없이 자위대에 대한 ‘빗장’을 착착 제거해 나가고 있는 것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이 당초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범위를 4가지 특정 유형으로 제한하려다 최근 들어 전면 허용하겠다고 태도를 바꿔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헌법개정을 거치지 않고도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달성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무제한으로 허용될 경우 세계 3위의 막강한 군사력으로 미국을 지원한다는 명목하에 세계 전역에서 무력을 전개하는 군사대국이 탄생하게 된다.

더구나 아베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은 한국, 중국과의 의견절충이나 협의과정도 없이 ‘고삐 풀린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 내의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집단적 자위권처럼 민감한 사안은 한·중·일이 모두 참여하는 지역 안보체제 구축 논의 과정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동북아의 새 ‘불씨’로 등장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