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 군국주의 논란, 내 영화 보면 알 것”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공식 은퇴 선언

서의동 2013. 9. 6. 22:02

“여러 가지 말에 혼란스러워 말고, 영화를 직접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72·사진) 감독은 6일 도쿄도 무사시노(武藏野) 시내 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 기자회견에서 신작 <바람이 분다>의 제로센 전투기가 논란이 일고 있다는 질문에 “일본의 군국주의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 가족과 스태프들로부터도 의문이 제기됐다”면서도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화를 봐야 이야기가 되는 만큼 (우선은) 영화를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품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표면적인 논란이 영화의 본질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야자키 감독의 은퇴작이 될 <바람이 분다>는 지난 7월20일 일본에서 개봉해 지난달 26일까지 649만6388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지난 5일 개봉됐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날 회견에서 “나는 몇 번이고 그만두겠다고 말해 소동을 일으켰지만 이번에는 진심”이라고 말해 정식 은퇴임을 강조했다. 그는 “<바람이 분다>를 만들면서 5년이 걸렸다. 내 나이가 많은 만큼 다음 작품에는 6~7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다음 작품을 하게 될 경우 만 80세가 된다. 나의 장편 애니메이션 시대는 끝났다”며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은퇴를 둘러싸고 여러 억측이 나왔지만 나이가 은퇴 이유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장편 애니메이션 이외의 일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10년은 일을 하고 싶다. 예를 들어 (스튜디오 지브리가 경영하는) 지브리 미술관의 전시물을 손보고 꾸미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에 개봉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가장 마음에 걸리는 작품”이라면서 드라마로 만들고 싶었으나 게임 같은 영화가 돼버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갖는 메시지에 대해 “아동문학에 영향을 받아 이 세계에 입문한 만큼 ‘이 세계는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고, 이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