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도쿄 2020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선거 압승 이끌고 ‘올림픽 쾌거’, 날개 단 아베

서의동 2013. 9. 8. 22:03

선거 잇달아 압승 이끌고 ‘올림픽 쾌거’… 날개 단 아베

ㆍ“일본 부흥 기폭제로” 천명…장기집권 토대 닦아
ㆍ탄탄한 지지 업고 대내외 정책 추진 과감해질 듯

일본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보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두 번의 선거를 승리로 이끈 데 이어 올림픽 유치로 장기집권의 토대를 굳건히 다지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제125차 총회를 열고 2020년 제32회 하계올림픽 개최도시 선정을 위한 투표를 실시해 도쿄를 선정했다. 최종 후보 도시에 오른 마드리드(스페인), 이스탄불(터키)을 제치고 도쿄가 선정됨으로써 일본은 1964년 제18회 대회 이후 56년 만에 다시 하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된 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을 15년간 계속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해 일본 경제를 성장시킬 기폭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일본대지진을 딛고 부흥을 이뤄낸 일본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중의원(하원) 선거와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잇따라 압승하면서 장기집권 기반을 닦은 아베 정권은 이번 올림픽 유치로 날개를 달게 됐다. 1990년대 초 일본 경제의 거품이 붕괴된 이후 3·11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불행이 겹치면서 무력감에 짓눌려온 일본 사회에 올림픽 유치로 부흥에 대한 기대감을 심은 것은 향후 아베의 정권운영에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일본에서는 올림픽 유치 성공의 주역이 아베 총리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아베는 올림픽 유치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대폭 강화해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50∼60%였던 일본인들의 도쿄올림픽 지지율을 80∼90%대로 끌어올렸다. 또 중동·아프리카 등 해외순방을 통해 우군을 늘려나갔다. 특히 5∼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 지구 반대편의 IOC 총회장인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날아가 막판 선거운동을 벌이는 승부수로 선정위원들의 표심을 붙잡았다. 유치전 막판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유출사태라는 대형 악재가 불거졌지만 아베 총리가 직접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진화에 나섰다.

앞서 도쿄전력에 일임했던 오염수 대책에 국비를 투자하기로 뒤늦게 방향전환을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향후 아베 정권은 올림픽 유치라는 과제를 달성하면서 탄탄해진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운영에 보다 과감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내달 초 결정하기로 한 소비세 인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등 경제현안은 물론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개헌, 재무장 등 우경화 정책들을 밀어붙이면서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을 키울 공산도 있다. 

반면 올림픽 유치가 일본 사회의 보수화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올림픽 개최국임에도 2차 세계대전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총리와 정치인들이 참배하고, 인종차별 시위를 허용하면서 주변국과 갈등을 빚는 일본 사회의 모습이 올림픽 개최국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것인지에 대한 자성의 움직임이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모처럼 낭보’ 펄쩍 뛴 일본

“아베 신조입니다. 바로 조금 전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습니다.”

일본 시간 8일 오전 5시21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휴대폰의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 가입자들에게 올림픽 유치결정을 긴급 타전했다. 같은 시각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의 고마자와(駒澤) 올림픽공원 체육관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실황중계를 지켜보던 시민 1000여명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도쿄’를 호명하는 순간 서로 얼싸안거나 펄쩍펄쩍 뛰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도쇼(東商)홀에 모여있던 올림픽 유치위원회 관계자 등 500여명도 일제히 만세삼창을 했다. 시부야(澁谷) 등 도쿄 중심가 곳곳에 모여있던 시민들도 신문사의 호외를 받아보며 기쁨을 나눴다. TV방송들은 도쿄로 결정되는 순간 시민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되풀이해 내보내는가 하면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로 일본 이렇게 변한다’ 등 사전제작한 특별방송을 긴급편성해 방영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7일(현지시간) 열린 제12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일본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아베 신조 총리(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일본 대표단이 환호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 AP연합뉴스


도쿄의 올림픽 유치는 1990년대 초반 ‘버블붕괴’에 따른 경기침체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지난 20여년간 ‘좋은 일이 없던’ 일본인들에게 모처럼 날아든 낭보였다. 회사원 가이누 히카루(33)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원전 오염수 문제도 있었지만 도쿄가 될 것으로 믿었다”며 “세계 각국과 함께 성공적으로 치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회의장에 있던 아베 총리와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도쿄도지사 등 일본 측 인사들은 로게 위원장의 발표와 동시에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두 손을 번쩍 든 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유치위의 일원으로 참여한 펜싱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오타 유키(太田雄貴)는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사람들의 기대와 성원에 부응할 것”이라며 “총리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