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태풍 폭우로 후쿠시마 원전 ‘차단보’ 범람

ㆍ방사능 오염수 농도 측정도 않고 바다로 방류

제18호 태풍 ‘마니’가 일본 열도를 강타하면서 후쿠시마 제1원전에 비가 쏟아지자 도쿄전력이 긴급조치로 오염수 저장탱크 주변 차단보의 물을 방사능 농도도 측정하지 않은 채 바다로 방류했다. 또 저장탱크 주변 콘크리트 차단보에서 빗물이 고농도 방사성물질과 섞이면서 오염수가 불어나는가 하면 일부 차단보에서는 오염된 빗물이 흘러넘치는 등 오염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폭우가 내리자 오염수 저장탱크 둘레에 설치된 높이 30㎝의 콘크리트 차단보의 수위가 급상승했다. 도쿄전력은 긴급조치로 부지 서쪽 H9구역과 E구역, 남쪽 G4구역 등 7곳에 고인 물을 배수구를 통해 항만 외부 바다로 배출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이들 7개 보의 물을 검사한 결과 스트론튬90 등 방사성물질의 농도가 ℓ당 최대 24㏃(베크렐)로 법정기준치(스트론튬 기준 ℓ당 30㏃) 미만이었다고 발표했다. 

도쿄전력은 그러나 세슘 농도는 측정하지 않은 채 방류했다고 지지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은 “도쿄전력은 급격한 수위상승에 따른 긴급조치라고 설명하나 사전에 폭우가 예상됐는데도 탱크 주변의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물의 방류기준도 정하지 않았다”며 안이한 대응을 지적했다. 

홍수로 26만명 대피 일본 교토부 후쿠치야마시의 한 마을이 16일 태풍 마니가 동반한 폭우로 인근 유라강이 범람해 물에 잠겨 있다. 이날 태풍 마니가 일본 서부를 강타하면서 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교토시 주변에는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고속열차 신칸센 운행이 중단됐다. 이날 홍수로 26만명이 대피했다. | AP

앞서 고농도 오염수 300t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H4구역 탱크의 보에 고인 물에서는 16일 스트론튬 등 방사성물질이 법정기준치(ℓ당 30㏃)의 5600여배인 17만㏃에 달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도쿄전력은 가설펌프로 차단보에 고인 물을 가까운 오염수 저장탱크로 옮기고 있다. H3, H2구역 차단보에 고인 물에서도 각각 ℓ당 4600㏃과 3700㏃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H3는 이달 초 탱크 주변에서 시간당 2200m㏜(밀리시버트)의 고방사선량이 측정된 곳이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탱크 주변의 방사성물질이 빗물에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염수 저장탱크 주변의 콘크리트 차단보는 탱크에서 오염수가 새어나올 경우 2차 누출을 막기 위해 설치됐다. 

전날 오후에는 4호기 주변 오염수 탱크의 보에서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확인해 검사한 결과 방사성물질이 ℓ당 37㏃로, 법정기준치를 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