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공산당 참의원 등 1000여명 몰려 ‘워싱턴 평화대행진’ 계승
“50년 전 미국 워싱턴에서는 인종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대행진을 했습니다. 이번엔 우리들이 나섰습니다.”
22일 혐한시위에 반대하는 양심적인 일본인들 1000여명이 도쿄 도심에서 ‘차별철폐 도쿄대행진’ 행사를 열어 차별주의적인 언사(헤이트 스피치)의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인들을 죽이자’는 등 증오발언이 난무하는 오늘의 일본에서 흑인 민권운동의 시작을 알린 1963년 미국 워싱턴 평화대행진의 이상을 계승하려는 일본인들의 염원이 하나로 모인 것이다.
이날 정오쯤부터 도쿄 신주쿠(新宿) 중앙공원 앞에 집결하기 시작한 참가자들은 ‘도쿄 어게인스트 레이시즘(TOKYO AGAINST RACISM)’ ‘우리는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다’ 등의 플래카드와 손팻말 등을 들고 1시간반가량 도심을 행진하며 국적 차별 없이 공존해 살아갈 것을 촉구했다. 일본공산당 소속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참의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극우단체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이 도쿄 한국학교에 대한 지원 중단을 요구한 것을 의식한 듯 ‘어떤 아이든 우리 아이’라고 쓴 푯말도 등장했다. 메시지는 무거웠지만 중앙공원 행사장에는 오색풍선으로 만든 아치가 내걸렸고, 참가자들은 차별철폐의 염원을 담은 풍선을 신주쿠 도심 하늘로 일제히 띄워보내며 환성을 지르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 워싱턴 평화대행진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마칭밴드가 당시 불려지던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를 연주했고, 미국 흑인인권 운동의 대모인 로자 파크스(1913~2005)의 초상화도 등장했다.
행진 도중에 한복과 기모노를 입은 참가자가 한데 섞였으며, 농악패 복장에 꽹과리를 든 일본인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주최 측은 진행요원을 지정해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울였다. 재특회의 반한시위를 반대해온 이쿠모리 요코(39·여·회사원)는 언론 인터뷰에서 “차별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런 행사가 열려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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