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집단적 자위권, 미 지지’ 얻은 일본의 행보... 아베, 평화헌법 개정 없이 ‘전쟁 가능 국가’ 시도할 듯

서의동 2013. 10. 3. 17:32

아베, 평화헌법 개정 없이 ‘전쟁 가능 국가’ 시도할 듯

ㆍ‘집단적 자위권, 미 지지’ 얻은 일본의 행보
ㆍ미국 지원 명목 무력행사 ‘군침’… 군비증강 땐 한국·중국과 마찰

미국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을 공식 지지하고 나섬에 따라 동북아 안보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공식적인 반성 없이 평화헌법의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무력화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나설 경우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 확실시된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공격받지 않아도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역대 일본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일본도 집단적 자위권이 있지만 헌법상 행사할 수는 없다”는 헌법해석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헌법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미국 정부는 국방비 삭감 기조 속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방위를 위한 동맹국의 기여 확대 측면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이면서도 이 때문에 일본이 한국·중국과 갈등하는 것을 우려해왔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입장 표명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으나 3일 도쿄에서 열린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인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에서 결국 공식 지지를 표명하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 일본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이 참석한 이날 협의가 끝난 뒤 케리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변하고 있고, 그 이웃도 그렇다”며 “우리는 우리의 군사동맹과 외교적 파트너십을 통해 우리의 깊은 협력을 현대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케리 장관과 헤이글 장관을 관저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번 합의에 대해 “미·일동맹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환영했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렛대로 평화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 변신을 시도할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아베 정권은 당초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범위를 4가지 특정 유형으로 제한하려다 최근 ‘지리적 관점이 아닌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익의 관점에서 검토하겠다’며 지역제한 없이 행사하겠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무제한으로 허용될 경우 세계 3위의 막강한 군사력으로 미국을 지원한다는 명목하에 세계 전역에서 무력을 전개하는 군사대국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이어 자위대 해외파견, 군비 증강 등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아베 총리가 유엔총회에서 내세운 ‘적극적 평화주의’는 이런 군사적 역할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전후 일본이 미국이 사실상 방위를 대신해주는 수동적·소극적 평화주의에서 더 이상 갇혀 있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런 적극적 평화주의를 구체화할 경우 중국과의 군비 경쟁이 본격화되는 등 동북아 긴장이 고조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역사인식에 문제를 보여온 아베 정권과 한국·중국 등 주변국 간의 갈등이 한층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 내에서는 현행 헌법으로도 일본의 방위가 충분한데도 굳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이유가 분명치 않다는 반대론이 만만치 않았고,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신중론을 펴왔다. 하지만 미국이 이번에 힘을 실어줌에 따라 아베 정권이 반대진영을 돌파할 가능성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