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美, 日집단적 자위권 손들어줬지만…중국대응엔 ‘온도차’

서의동 2013. 10. 4. 17:33

미국이 3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추진에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중국 문제를 둘러싸고는 양국간에 상당한 온도차를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 두드러졌다. 


4일 일본언론에 따르면 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사진) 방위상은 중국과의 긴장관계를 거론한 반면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 심지어 케리 장관은 기자의 질문에 “(중국이) 국제적인 기준과 가치를 따른다면 중국의 부상을 환영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공동문서에 중·일간 갈등의 씨앗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이 직접 거명되지 않은 채 “해양에서 힘으로 안정을 해치는 행동”이라고만 표현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



또 일본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처를 명분삼아 추구하는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가 합의문에서 빠진 것도 한국과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아사히는 “일본이 공격력을 갖게될 경우 중국 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악화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는 미국의 두 장관이 3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 대신 무명의 병사들과 일반인 유골이 안치된 치도리카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원에 헌화한 것도 2차 세계대전 당사국 입장에서 한·중·일에 화해의 중요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비 삭감기조속에 동맹국인 일본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역할을 위임하려는 미국은 전후체제에서 벗어나 ‘보통국가’로 나아가려는 아베 정권의 희망사항을 일정 부분 수용하되 세계전략상 중국과의 협력기조를 해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도록 수위조절에 공을 들인 셈이다. 미국의 이런 태도를 감안할 때 내년말까지 마무리짓기로 합의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2차 개정협의에서 양국이 의견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예상된다. 가이드라인은 일본 및 주변지역에서 유사시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분담 방안을 담는 것으로, 1차 때와 달리 일본의 요구로 이뤄지는 이번 개정작업은 중·일간 유사사태시 미·일 공동대응 방안을 핵심적으로 담게 될 전망이다. 

이번 미·일 합의에 대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일 냉전시대의 특수한 배경에서 형성된 미·일 동맹이 위험한 길로 향하고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통신은 “일·미 양국이 냉전적 사고를 포기하기는 커녕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해당 지역과 세계의 불안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