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격랑의 동북아] 중·일, 방공식별구역 상당 부분 중복… 군사충돌 가능성

서의동 2013. 11. 24. 19:44

ㆍ중 전투기 뜨자 일 전투기 급발진 ‘일촉즉발’… 미, 우려 표명


중국이 지난 23일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일대에 일본과 상당 부분 중복되는 방공식별구역을 설치함으로써 중·일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현실감을 띠게 됐다.

방공식별구역이 중복됨에 따라 중·일 양국 전투기가 긴급발진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예측불허의 사태가 발생할 위험도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미국의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 외교안보 부처가 일제히 우려를 표명한 것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민주당 정권의 센카쿠 국유화에 맞서 센카쿠 5개섬에 영해기선을 선포한 이후 주변 해역에 중국 함선을 진입시키며 긴장을 높여왔다. 지난 1월에는 중국 함정이 자위대 구축함과 헬기에 사격의 전 단계인 사격통제용 레이더를 조준하는 사태가 발생하며 양국 갈등이 최고 수위로 치달았다.

그러나 해상에 비해 공역은 중대사고로 발전할 위험성이 더 크다. 방공식별구역이란 영공 침범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영공 바깥에 설정한 공역이다. 현재 센카쿠 공역에서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계기 P3C가 매일 경계비행을 하고 있고, 타국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오면 항공자위대의 F-15 전투기가 긴급발진해 영공 침입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한다. 이에 중국도 센카쿠 영공에 자국기의 경계비행을 일상화하게 될 경우 긴장 수위는 급격히 상승한다. 요미우리신문은 “방위성은 향후 중국기가 자위대의 경고를 무시하고 일본 항공기를 쫓아내려는 사태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이 지난 18일 대규모 경제대표단을 중국에 보내는 등 양국 경제계가 관계 개선의 시동을 걸었지만 이런 움직임이 센카쿠에 대한 자국의 양보로 이어지지 않을 것임을 중국 군부에 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이 센카쿠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위기감을 부추겨 아베 신조 정권의 양보를 받아내려고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국 간 갈등은 일본 외무성이 주중 일본대사관의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정무공사에게 지난 18일자로 귀국명령을 내린 데서도 읽을 수 있다. 도쿄신문은 24일 “다루미 공사는 지난 9월 초 일본에 일시 귀국한 후 귀국명령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양국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외교의 사령탑 격인 정무공사가 2개월 넘게 대사관을 비우는 이례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