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 정권이 6일 특정비밀보호법안을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통과를 강행해 성립시켰다. 선거 승리로 상하원을 장악한 아베 정권의 폭주에 시민 사회는 “일본이 패전 이후 쌓아올린 민주주의가 대거 후퇴하게 됐다”며 강력 반발했다.
일본 참의원은 이날 저녁 본회의를 열어 전날 상임위를 통과한 특정비밀보호법안을 찬성 다수로 통과시켰다. 앞서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전날 열린 참의원 국가안보특위에서 열린 법안심의를 도중에 자른 채 기립 표결로 통과시켰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아베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중의원에 제출하고, 법안 담당장관의 문책결의안을 제출하며 맞섰지만 줄줄이 부결됐다.
특정비밀보호법은 외교·안보 등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비밀로 지정할 권한을 행정부에 폭넓게 부여하고, 이를 누설한 공무원(10년 이하 징역)은 물론, 누설을 교사한 이(5년 이하 징역)까지 엄벌에 처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번 특정비밀로 지정되면 최장 60년까지 공개하지 않아도 되고, 이 가운데 7개 항목은 내각의 승인을 거치면 무기한 비밀로 남게 된다.
특정비밀보호법의 최대 문제점은 비밀의 지정범위가 광범위해 정부가 불리한 정보를 숨길 수 있고, 어떤 정보가 특정비밀인지조차 비밀로 해 언론의 취재활동이나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시민단체 회원이 핵발전소가 테러공격을 받았을 때 예상피해 내역을 정부에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교사혐의’로 체포될 수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정확히 어떤 비밀 때문에 처벌받는지조차 모를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국회의원이 취득한 정보가 국민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공개해도 처벌될 수 있어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감시 기능이 대거 위축될 우려도 크다. 이 때문에 특정비밀보호법은 과거 군국주의 당시 많은 시민들을 잡아가두던 ‘치안유지법’과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각계 각층의 우려와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각 부처 차관급으로 구성되는 보전감시위원회(가칭)를 내각에 설치하고, 법안 시행 전까지 내각부에 정보보전감사실을 설치하는 등 보완책을 내놨으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아베 정권이 비밀보호법 제정을 이처럼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헌법개정 등 우경화 수순에 걸림돌이 되는 언론과 입법부의 견제와 감시를 약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5일 전후 일본의 평화주의의 상징이던 ‘무기수출 금지원칙’을 폐기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승리 이후 3년간 국정선거의 부담이 없는 아베 정권이 폭주를 지속하면서 일본이 패전 이후 쌓아올린 민주주의가 대거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법안이 통과되던 6일 국회의사당과 총리관저가 있는 도쿄 나가타(永田町) 일대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비밀보호법 폐안, 민주주의를 지키자”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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