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아세안, 중국 대하는 '온도차' 재확인  

서의동 2013. 12. 15. 15:18

일본이 대중국 포위망 구축을 위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공을 들였지만, 아세안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일본과 아세안 가맹 10개국 정상들은 14일 도쿄에서 특별 정상회담 전체회의를 갖고 공해 상공의 비행안전 협력 등을 명기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올해는 일본과 아세안이 교류를 시작한지 40년이 되는 해로, 이번 정상회담은 10년 만에 열렸다. 

 

일본과 아세안은 정상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관련해 “비행 자유와 민간항공의 안전 확보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과 관련해 해양 분쟁은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과 아세안의 경제 제휴 및 무역 확대, 방위교류 협력 확대 등도 성명에 포함됐다. 


하지만 회담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의 방공구역 설정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으나, 성명에는 방공식별구역이나 중국을 지칭하는 언급이 생략됐다. 일부 아세안 정상은 회담에서 오히려 중국의 입장을 배려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올해 아세안 10개국을 돌며 대아세안 외교를 강화했고, 아세안 지원을 위해 5년간 2조엔 규모의 정부개발원조(ODA)를 제공하는 ‘당근’까지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실망스런 결과였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아세안이) 공해상에서의 비행의 자유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한 반면 아세안 공동의장인 하사날 볼키아 부르나이 국왕은 안전보장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등 ‘대중국 온도차’를 확연히 드러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가 싱가포르 민간항공기의 비행계획을 중국당국에 제출하지 말 것을 요청하자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가 ‘똑같은 요구를 (일본이) 미국에도 할 수 있느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 대변인은 14일 아베 총리가 일·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비난한 데 대해 “일본 지도자가 국제무대를 이용해 중국을 악의적으로 근거 없이 중상했다”며 “강렬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