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무기수출 제한을 완화하고, 해병대 창설 등 군비증강 계획을 담은 국가안전보장전략(NSS)과 방위대강을 17일 각료회의에서 정식 결정했다. 일본 정부가 국가안보전략을 책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수방위(專守防衛·오로지 방어만 한다는 뜻)’를 원칙으로 해온 전후 외교·안보체제의 일대 전환을 위한 기본지침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안보전략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를 둘러싼 중·일 대립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종합 방위력 강화와 미·일동맹 강화, 영토보전 대처 강화 등을 담았다. 또 일본의 새 외교·안보 기본 이념으로 자위대의 해외 군사활동 등을 염두에 둔 ‘적극적 평화주의’를 제시하는 한편 무기수출 3원칙을 재검토해 무기수출을 완화하겠다는 방침도 명백히 밝혔다. 한국과는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과 안보협력 기반 강화”를 강조하면서 “독도 영유권 문제는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에 입각해 외교 노력을 다한다”고 명기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제외됐으나, 아베 정권은 이번 안보전략을 토대로 내년 봄 이후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헌법해석 변경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전략을 위한 국내 기반 강화 항목에 “우리 나라와 향토를 사랑하는 마음을 기른다”는 표현을 삽입함으로써 안보를 위해 국가가 국민의식에 간여할 길을 터놨다.
일본 정부는 또 향후 10년간의 방위계획을 담은 신방위대강을 통해 육·해·공 자위대 ‘통합기동방위력’ 구축과 사실상의 해병대인 수륙기동단 창설 방침 등을 밝혔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이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일본 정부는 부당한 주장을 즉각 중단하고 역사의 진실에 눈을 떠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도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일본이) 단지 평화를 입으로만 외치지 말고 구체적이고 실제적 행동으로 옮길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1945년 패전 이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전략을 마련함으로써 일본 보수세력들의 숙원이던 ‘전후체제 탈피’를 위한 기본 밑그림이 완성됐다.
17일 각료회의에서 확정된 국가안보전략은 자위대의 해외파병 확대를 염두에 둔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우고, 이를 위해 무기수출의 빗장을 푸는 한편 중국의 위협을 명분으로 자위대의 대폭적인 전력증강에 나설 방침을 명시한 것이 특징이다. 안보전략의 책정을 계기로 전후 일본 평화국가 체제의 핵심개념인 ‘전수방위’의 틀이 빠르게 해체될 것으로 보인다.
무기수출 ‘빗장’ 풀고 중국 위협 명분 전력 증강
적극적 평화주의는 아베 총리가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제기한 구상으로, 헌법의 평화주의 기조를 견지하면서 세계평화와 안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논리적으로 포장하는 개념으로, 국가안보전략에서 이를 내세운 것은 내년 이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작업을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또 1967년 이후 사실상 무기수출 금지규정으로 작용해온 ‘무기수출 3원칙’과 관련해 국가안보전략과 방위대강에 “새로운 안보 환경에 적합한 명확한 원칙을 정한다”고 명시해 수정방침을 분명히 했다. 방위산업을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의 하나로 간주해온 아베 정권은 ‘일본의 안보에 이바지하는 경우’ 무기를 수출할 수 있도록 새 원칙을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안보전략에서 미·일동맹 강화에 비중을 둬 탄도미사일 방어와 우주 등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군이 최적의 병력태세를 갖추도록 협력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한국에 대해서는 ‘파트너와의 협력강화’ 항목에 포함시켜 “한국과 미래지향적이고 중층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안보협력 기반을 강화한다”고 밝히면서도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에 따라 꾸준히 외교적 노력을 한다”며 영유권 주장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가안보전략의 실행수단인 방위대강에서는 1995년 이후 계속 포함돼 왔던 ‘절도있는 방위력 정비’라는 기본방침이 삭제되는 대신 ‘실효성 높은 통합적 방위력 정비를 효율적으로 정비한다. 방위력의 질과 양을 필요 또는 충분히 확보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 등을 명분으로 자위대의 대폭적인 전력증강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수륙기동단 설치, 오키나와 항공자위대의 강화, 조기경보기 부대, 무인정찰기 등 새로운 부대와 무기장비가 대거 도입된다. 방위비도 크게 늘어나 향후 5년(2014∼2018년)간 전기대비 1조2000억엔 늘린 24조6700억엔(약 252조원)으로 증액된다.
안보전략은 사회적 기반 정비를 위해 ‘여러 외국과 그 국민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하는 마음을 기른다’는 애국심 조항을 삽입하는 등 국가주의적 색채도 뚜렷이 했다. 도쿄신문은 국가안보전략에 대해 “국민보다 국가를 우선시하겠다는 발상이 담겨 있다”며 “전수방위 원칙이 사실상 껍데기만 남으면서 전후 평화국가로 걸어온 행보가 바뀌리라는 우려가 한층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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