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내전 위기에 처한 남수단의 유엔평화유지군(PKO) 일원으로 활동 중인 한국군에 실탄 약 1만발을 제공하기로 했다.
23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지 한국군의 요청에 따라 이날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이 자위대 간부들과 협의한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각료회의를 잇따라 열어 남수단에 파견된 육상자위대가 보유 중인 소총용 5.56mm탄 약 1만발을 유엔을 통해 한국군에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남수단에는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의 일원으로 재건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한국군 한빛부대 2진이 주둔 중이다. 공병부대가 중심인 280여명의 한빛부대 부대원들은 남수단 반군이 장악한 동부 종글레이주 보르에 배치돼 있어 안전이 우려되고 있다. 자위대가 제공하는 실탄은 유엔 헬기를 통해 남수단 수도 주바에서 한국군이 주둔 중인 종글레이주로 이송된다.
일본은 PKO협력법을 토대로 이 같은 지원 방침을 결정했으며, 일본이 PKO협력법에 따라 유엔에 무기를 제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탄약제공 일본내 파장
일본 정부가 남수단에 주둔 중인 한국군 한빛부대에 실탄 1만발을 제공한 것이 일본 내에서 파장을 부르고 있다. 급박한 예외적 상황이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전후 처음으로 일본이 외국군에 탄약을 제공하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갈망해온 ‘해외 군사공헌’에 물꼬가 터진 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역대 정권의 방침을 뒤집는 중대사안이 국가안보회의(NSC)와 약식 각료회의에서 하룻 만에 결정된 것은 향후 이 같은 군사적 결정이 자의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본 정부는 23일 밤 한국군에 실탄을 제공한 것은 무기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무기수출 3원칙’의 예외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관방장관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는 “긴급한 필요성과 인도적 성격이 매우 높은 점을 감안해 한국군 대원과 피난민의 생명·신체의 보호 목적에만 사용하고, 이전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을 전제로 무기수출 3원칙에 의하지 않는 것으로 한다”고 밝혔다. 담화는 또 “한국군 대원과 피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일각을 다투고 있고, 한국군이 보유한 소총에 적용할 수 있는 탄약을 소유한 것은 일본 부대뿐인 긴급사태”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이번 실탄 제공을 ‘물자협력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의 규정을 들어 정당화하고 있지만, 무기·탄약은 PKO 협력법의 ‘물자협력’ 범위에서 제외된다는 역대 정권의 입장을 하루 아침에 뒤집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 PKO 활동 과정에서 유엔이나 타국에 무기나 탄약을 제공할 가능성을 부인해왔을뿐 아니라 심지어 미군과 맺은 군수지원협정에서도 무기·탄약은 제공대상에서 제외할 정도로 엄격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탄약 제공을 두고 “무기수출 3원칙의 전면 개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장기간의 정부 방침을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야당들은 이번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의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전 방위상은 “(무기 제공은) 전후 일본에서 첫 사례이기 때문에 임시각의 등을 열어 정말로 긴급성이 있는지 논의하는 등 신중히 대응해야 했다”며 비판했다. 요시다 다다토모(吉田忠智) 사민당 당수는 “NSC 설치로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며 “문민통제가 형해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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