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아베, 야스쿠니 참배 이어 2차 대전 격전지였던 남태평양 제도 찾아 전몰자 추모키로 

서의동 2013. 12. 31. 15:5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이어 태평양전쟁 격전지였던 남태평양 제도를 순방해 전몰자를 추모할 계획이라고 산케이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전쟁 전몰자들을 현직 총리가 직접 위령함으로써 보수층 결집을 꾀하는 한편 해양진출을 확대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새해부터 2년간 여러차례로 나눠 남태평양 제도를 방문한다. 아베 총리는 방문국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제공 의사를 밝히는 등 경제협력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9월에 팔라우에서 열리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태평양도서국포럼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군도, 피지, 마셜제도, 투발루 등 남태평양에 분포한 14개 섬나라와 호주, 뉴질랜드로 구성돼 있다.  

 

일본이 그간 태평양도서국포럼을 ‘역외국 대화’로 간주해 부대신급 각료를 보내온 것에 비하면 아베 총리의 순방계획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현직 일본 총리가 남태평양제도를 방문하는 것은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총리가 피지와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 이후 29년 만이 된다. 

 

아베 총리는 이 지역을 직접 방문해 태평양전쟁 당시 대거 숨진 일본인 전몰자를 위령하고, 유골수집 활동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현직 총리로서는 7년 만에 참배한 것과 비슷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부터 태평양전쟁 때까지‘남양군도’로 불리는 마리아나, 팔라우, 마셜 제도 등을 직접 통치했고, 이곳에 남양(南洋)청을 세워 통치체제를 굳혀왔다. 남양군도는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과의 격전지가 되면서 당시 국외에서 사망한 일본인 약 240만명 가운데 50만명가량이 이곳을 비롯한 태평양 도서지역 일대에서 숨졌다.

 

산케이는 중국이 ‘중국·태평양도서국경제개발협력포럼’을 개최해 이 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이를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과 연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아베 총리의 남태평양 제도 방문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5년부터 2009년 사이 태평양 도서국에 모두 6억달러 정도를 지원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도 1997년부터 태평양도서국포럼 정상을 초청해 3년에 한 차례씩 회의를 열어왔으며, 2015년에는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오키나와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태평양도서국포럼 가맹국에 3년간 5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