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오키나와 기초단체장 선거에 아베 정권 ‘올인’  

서의동 2014. 1. 17. 21:05

일본 도쿄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전직 총리연합의 등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오는 19일 치러지는 오키나와(沖繩)현 나고(名護)시장 선거도 판세가 불리해지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후텐마(普天間) 공군기지 이전 문제의 향방을 가를 이번 선거에서 자칫 ‘이전 반대파’가 승리할 경우 미·일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기지 이전 찬성파’ 후보인 스에마쓰 분신(末松文信·65) 전 현의원의 승리를 위해 두툼한 현지 지원책들을 내놓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17일 정부가 오키나와현에 ‘경제금융활성화특구’를 올해 4월 설립하기로 방침을 굳혔으며 나고시를 특구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특구에서는 법인세나 사업세를 부과할 때 이윤의 최대 40%를 공제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줄 방침이다. 특구지정을 통해 후텐마 기지의 이전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리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16일 나고시 현지를 찾아 유세를 벌이고 있는 자민당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은 인구 6만명에 불과한 나고시에 500억엔(5080억원)의 발전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오키나와에서는 이런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돈으로 표를 사려 한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만만치 않다. 이시바 간사장의 발전기금에 대해서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조차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키나와 현지에서는 이 때문에 ‘공수표’를 날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아베 정권이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은 헤노코(邊野古) 해안을 매립해 후텐마 기지를 이전키로 한 미·일 간 합의가 선거결과에 따라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弘多) 오키나와 지사가 정부의 해안매립 계획을 승인한 바 있지만, 바다를 매립해 2.05㎢ 넓이의 비행장을 건설하려면 공사자재 적치장 설치 등 시장의 인허가가 필요한 절차가 10여가지에 이른다.

 

기지 이전 반대파인 이나미네 스스무(稻嶺進·68) 현 시장이 재선될 경우 후텐마 기지 이전은 사실상 물건너가고 미·일관계에도 파장이 일게 된다. 일본 정부 일각에서는 “시가 반대하면 국가가 실행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면 된다”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지만 주민 반발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