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일본 자위대에 다른 나라의 병력과 무기를 수송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은 평화헌법에 위배된다며 요청에 응하지 않았지만, 유엔이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은 논란이 예상된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유엔은 남수단임무단(UNMISS) 증원을 위해 파키스탄 등에 있는 군사요원이나 무기의 수송을 일본에 요청했다고 복수의 유엔 간부가 밝혔다. 아사히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네팔 등이 군사요원과 장갑차 등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이들 국가에 해당 인력과 장비를 수송할 능력이 없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일본이 수송을 분담하는 안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유엔 측이 NATO 수송기가 남수단 남쪽 국가인 우간다까지의 이동을 담당하고 이후에는 일본이 자위대 수송기 C130로 남수단 수도 주바와 우간다를 오가며 수송하는 안에 관한 관계국의 의견을 물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 NATO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일본은 이달초 응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유엔의 요청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 “자위대가 다른 나라의 부대나 무기를 수송하면 ‘무력 행사와의 일체화’를 금지한 헌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일본은 자위대가 직접 전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외국의 무력 활동에 관여해 결과적으로 일본이 무력을 행사한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는 행위를 ‘무력 행사와의 일체화’로 규정해 금지해왔다.
일본의 태도에는 문제가 없지만 유엔이 일본에 수송을 요청했고, NATO와 미국이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나 자위대의 역할 확대에 찬동하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심어줄 수 있는 태도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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